16일 오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키워드는 '경제'와 '위기'가 꼽혔다. 그는 이 단어를 각각 10번, 9번 언급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과제 최우선에 경제 위기 극복이 놓일 것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연금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 3대 개혁과제도 천명했다. 그는 이들 개혁과제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치고 있다. /뉴스1

◇18분 연설 속 '경제' 10번, '위기' 9번 언급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10시에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연설 후 의원들과 악수한 후 10시 27분 본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연설은 18분쯤 진행됐다. 그는 연설에서 '경제'를 10번, '위기'를 9번 언급했다. '국민'과 '개혁'은 각 7번, '민생'과 '협력'은 각 5번, '도전'과 '의회주의'는 각 4번, '초당적 협력'과 '안보'는 각 3번 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추경안 처리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시정연설은 역대 대통령 중 최단기간인 6일 만에 이뤄졌다. 이 역시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협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간 지속돼 오던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는 그동안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던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도 불안정하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 앞서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안 통과를 위한 협조도 재차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한 상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상을 하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59조4000억원의 추경안 가운데 지방정부 이전분 23조원을 제외, 중앙정부는 총 36조4000억원을 지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원조달을 위해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 8조1000억원과 금년도 지출 구조조정에 의한 예산 중 절감액 7조원을 우선 활용하고, 나머지 21조3000억원은 금년도 초과세수 53조3000억원 중 일부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는 기꺼이 감내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라며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경이 이른 시일 내에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무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연금·노동·교육 개혁 천명..."지속 가능성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3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지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도 했다. 그가 3대 개혁과제를 말할 때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속에서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며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로텐데홀에서 취재진을 향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