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 형식으로 부를 예정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합창(合唱)이 아닌 제창 형식으로 해당 노래를 부르는 것은 보수 정권에서는 사실상 첫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오는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형식으로 불린다. 기념식 식순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표기됐다고 보훈처는 전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작년과 동일하게 기념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들어갔다”라며 “식순에 있는 제창은 행사 참석자가 모두 함께 부르는 뜻이다”라고 했다. 이는 행사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도 행사 마지막 순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새 장관과 대통령실 수석들,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능한 전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전용 비행기나 헬기가 아닌 특별열차로 광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열차에는 각 부처 장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도 동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호상의 문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동 수단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여부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매년 기념식 전후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곡은 5·18이 법정 기념식이 된 이듬해인 2004년부터 매년 공식 식순에 ‘제창’으로 연주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기념식 참석자들도 전원 기립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제창에서 합창으로 바뀌었다. 그 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기념식부터 다시 제창됐다.

합창과 제창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치적인 성격을 띤 행사에서는 차이가 있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불러도 무방하지만 부르지 않는다 해도 어색할 것은 없다. 그러나 제창을 하게 되면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불러야 한다. 기념식 행사 방송에도 차이가 생긴다. 합창을 할 땐 영상 카메라가 합창단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제창을 하면 주요 인사를 포함한 참석자들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