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당선 후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혔을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와 협의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용산 시대'가 제때 출범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식 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업무를 보고 외빈을 만나며 민주당 측이 제기한 '국정 공백' 우려를 불식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후, 낮 12시30분쯤 용산 청사로 출근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우리가 일할 공간을 준비해서 오늘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게 돼 아주 기쁘다"며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인사했다. 또 "우리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이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한번 신나게 일해보자"며 "열심히 한번 일해보자. 같이 하실 거죠?"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집무실에 도착한 윤 대통령의 '1호 결재'는 국회로 송부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었다. 이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 7명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이 '1호 결재'를 하는 책상에는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과 무궁화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책상 뒤편 벽 색깔도 눈에 띄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근무한 여민관 집무실의 뒷 배경은 푸른색 계열이었지만, 윤 대통령 뒤편 색깔은 아이보리색이었다. 청와대 본관 집무실 뒷 배경은 아이보리색이다.
문 전 대통령의 여민관 집무실과 비슷한 점도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원탁 테이블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식사를 했는데, 문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도 원탁 테이블이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한 후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때 썼던 원탁 테이블을 찾아 집무실에 놓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이런 탁자를 두면 (참석자 간) 아래위 구분도 없고 실제로 자료 봐가며 일하니 회의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이것을 선호한다"고 했었다.
새 대통령실은 미국 백악관과 비슷한 구조로 만들었다.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층에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이 위치한 백악관처럼 용산 집무실 옆으로도 비서실장실과 5수석실, 국가안보실장실, 경호처장실이 한 데 모여있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이 아닌 여민1관에서 근무했지만, 건물이 작아 대통령은 3층에, 비서실장은 2층에 사무실이 있었다.
국민소통관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참모들의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듯 윤 대통령도 한 공간에서 참모들과 격의 없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그림이 한 점 걸려 있다.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1월 방한했을 때 청와대에 걸려 있던 것이다.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가 소장한 작품 중 일부를 갖고 온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정상 환담을 했다. 미국 축하 사절로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부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등도 접견했다. 이들과 만남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 장소에서는 층고가 낮은 일반 업무용 빌딩의 한계가 느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용산 이전' 계획에 '안보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자정 용산 대통령실 지하에 설치된 새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군(軍) 통수권을 이양받았다. 청와대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와 비교해 용산 국가위기관리센터는 대통령과 참모의 자리가 반원형에서 일직선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