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취임 축하사절단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방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또 중국 측은 코로나19 상황과 한일관계 악화으로 2020년과 2021년 2년간 열리지 못했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오는 9월 한국에서 여는 방안을 지지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추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윤 대통령을 예방했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 측 대표단 접견을 마치며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의 방중 초청 의사를 밝힌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한미, 한미일 관계가 더욱 밀착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두 차례 방중했으나, 시 주석의 방한은 없었기 때문에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라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왕 부주석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중 간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중한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며 “양측은 발전 연계를 강화하고, 중한 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양국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1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박람회장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조선DB

또 다자조율과 관련해 “중국 측은 한국 측이 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존중한다”며 “한국 측과 함께 ‘중한일+X’ 협력을 추진하고 중한일 FTA의 조속한 구축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동북아시아 3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 경제협력, 관계 개선 등을 목표로 만들어진 정상 간 회의체다. 2008년터 3국이 번갈아 의장국을 맡아 개최했다. 2018년 일본 도쿄,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렸고, 2020년 한국에서 열렸어야 할 차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열리지 못했고, 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연기됐다. 2020년 한중일 정상회의는 코로나 상황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관계도 개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2년간 미뤄진 한중일 정상회의를 올해 한국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북핵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한국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중국측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오는 21일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양국 수교 30주년과 관련해 지난 3월 시 주석과 통화에서 공감한 대로 양측이 상호 존중·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새 한중협력 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올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왕 부주석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건의 사항으로 ▲전략적 소통 강화 ▲실질적 협력 심화 ▲국민우호 증진 ▲밀접한 다자조율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한반도 문제 협력 강화’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저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측은 한반도 남북 양측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진정으로 지지하고 소통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는 중국이 통상 사드 문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드 추가배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