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해가 떠 있는 낮에 열병식을 실시하다가, 2020년 10월 열병식 이후 심야에 열병식을 하고 있다. 군인과 주민들을 잠을 자지 못하게 동원해서는 0시부터 열병식을 열기도 한다. 북한이 왜 심야에 열병식을 개최하는지 지금까지 각종 추측만 나왔을 뿐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미스터리가 11일 풀렸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조언 때문이었다.
탁 비서관은 이날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 등을 같이 준비한 현송월 북한 노동당 부부장 안부가 궁금할 것 같다'는 질문에 "가끔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2018년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이유를 묻자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된다"며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밤행사가 낮행사보다 감동이 배가된다"며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다.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돼져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10년간 노동당 창건·정권 수립일 등을 계기로 총 12차례 열병식을 실시했다. 이 중 2020년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후 최근 4차례 열병식을 오후 6시에서 자정 사이에 시작하는 야간 행사로 치렀다.
지난달 25일 이른바 항일유격대(항일빨치산)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 기념 열병식에는 형광조명이 달린 옷을 입은 항공육전병 부대(공수부대)원들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에어쇼·드론쇼, 조명 매스게임이 이어지는 등 화려한 효과를 선보였다. 김일성광장 앞에서 대동강을 가로질러 맞은편 주체탑 광장까지 부교 2개를 설치해 강변을 가로지르는 폭죽 조명쇼를 펼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성공했다면서 김정은이 연기를 펼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BM을 실은 이동식발사대(TEL)이 있는 격납고 문이 열릴 때 김정은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또 세 사람이 신중히 손목시계를 보는 모습이 교차하고, 김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ICBM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북한에도 탁현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탁 전 비서관은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형 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 성공 영상을 보면서 좀 웃기기도 하고"라며 "김정은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다. 거기에 내가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