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재명, 이곳 성남에서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노동을 시작해야 할 만큼 가난했고, 장애까지 얻었지만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고, 제 능력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략) 지금 이 자리까지 성남시민 여러분께서, 경기도민 여러분께서, 국민 여러분께서 지지해주신 덕분에 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지난 1월 24일 경기 성남시 상대원시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내야 했다. 이 장면은 민주당이 내보낸 TV 광고로도 쓰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중 눈물을 닦고 있다. /조선DB

그런데 그로부터 넉 달 뒤, 민주당은 이 전 지사를 인천 계양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했다. 이 전 지사가 대선 패배 후 이례적으로 빠른 두 달 만에 정치에 복귀하면서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 전 지사는 당의 강한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고 수용하는 듯한 모양을 갖췄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에서도 분당갑 보궐선거가 실시된다는 점에서 당선에 유리한 곳을 찾아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등 이 전 지사가 관련된 각종 수사에 대비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계양, 대선에서 인천 10개 군·구 중 이재명이 가장 큰 차이로 이긴 곳

이 전 지사가 인천 계양을에 왜 출마하는지에 대해서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가장 비장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6일 페이스북 글에서 "다가올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파행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은 최대 자원이자 전국적 지지를 받았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합류가 승리의 필수 조건이라 판단했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성남 사수가 정치적 고향을 지키는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 전 지사가 성남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은, 민주당을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지사는 6·1 지방선거 총괄 선대위원장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인천도 어렵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을 발표한 후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계양을도 녹록하지 않은 곳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라디오 방송에서 "인천시장 선거는 거의 초박빙이나 우리가 열세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 계양을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 전 지사가 험지인 분당갑을 피해 쉽게 당선될 수 있는 계양을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대선 개표 결과 계양구는 인천 10개 구·군 중 이 전 지사가 가장 큰 폭으로 이긴 곳이다. 이곳에서 이 전 지사 득표율은 52.3%, 윤 당선인은 43.5%를 얻었다. 반면 성남 분당구 득표율은 윤 당선인 55%로 이 전 지사(42.3%)를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이겼다.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는 이곳에서 5선을 했다.

지난 3월 8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 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에서 전일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송영길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불체포특권 노린 것이라 분석…이재명 수사 시 '야당 탄압' 반발 전망도

국민의힘은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한 지리멸렬하는 수사에 방탄을 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서는 "정당성이 없다"며 "대선 과정에서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 본인의 인연을 강조했던 이 전 지사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서 간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모른다"고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는 논평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비롯해 숱한 범법행위로 성남과 경기도를 농단해놓고도 그간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기색 하나 없이 칩거하다가, 이제는 대장동을 등지고 연고도 없는 인천으로 도망가서 재기를 노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허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자가, 국회의원 당선 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악용해서라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전 지사는 일단 원내에 들어온 후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또한 새 정부 출범 후 자신에 대한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를 찾아 건물 옥상에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복 전 인천시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연합뉴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는 이날 선대위 발대식에서 "인천을 도망쳐 서울로 간 송영길, 경기도를 도망쳐서 오고자 하는 이재명은 우리 시민의 힘으로 용납하지 않는다"며 "인천은 도피처도, 또 은신처도 피난처도 아니다"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 전 지사를 향해 '경기도망지사'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경기도 망해 먹고 인천으로 도망하는 모양새나 다름없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라면서 "분당에서 못 구하는 방탄조끼를 왜 계양에서 찾느냐고 국민들이 묻는다"고 했다. 또 "경기도 초밥으로도 모자라 인천 초밥까지 탐하는 것이냐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안타깝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