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로 경기 고양·안양·수원·용인을 찾았다. 윤 당선인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1기 신도시 재건축',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 등 지역 현안을 살피고, 전통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일정에는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인 김은혜 전 의원이 내내 함께했다. 김 후보는 윤 당선인의 대변인 출신이어서 '윤심(尹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쟁 상대인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고양 일산서구 GTX-A 2공구 공사 현장을 찾았다. GTX 연장과 노선 신설은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대선 후보 때인 지난 1월에도 고양을 찾아 "서울 도심까지 30분 시대를 열겠다"면서 GTX D·E·F 노선 신설과 기존 GTX-A·C 노선의 평택 연결을 공약하기도 했다.
공사 현장 앞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GTX 사업과 전체적인 공사 현황에 대해 브리핑 받았고, 이후 안전모를 쓰고 지하 30m 공사 현장에 내려가 관계자들로부터 해당 현장의 개요와 현황 등을 들었다. 그는 "구조적인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사고도 안 나야 하겠지만, 구조적인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법적 소송에 계속 끌려 다닐 수 있어 (공사를)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앞선 브리핑에서 'GTX 공사 소음과 진동 발생은 허용치의 절반 수준으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수준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며 "문화재 수준으로 관리해 여타 다른 데 보다도 (공사를 잘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브리핑을 마치고 "안전제일! 파이팅!"을 외치며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공사 현장 시찰을 마치고 '1기 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분명히 밝혔다. 그는 GTX 공사 현장 밖에서 주민들과 만나 "제가 선거 때 약속 드린 것은 반드시 지킨다"면서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계획을 수립해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데, 다행히 여야가 다 법안을 내놓았기에 서로 다른 부분만 잘 조정해 신속한 합의로 법안을 확정지어야 한다"면서 "그 법에 따라 기존 세입자 분들의 주거도 보장을 해드리고, 1기 신도시 종합적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 제 공약 사안이기도 하니 여야의 협조를 받아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다. 이와 관련한 일정도 이날 윤 당선인의 행보에 포함됐다. 그는 이날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아 1기 신도시 현황과 리모델링 추진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1992년 준공돼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아파트 단지다. 윤 당선인은 리모델링과 관련한 보고를 받으면서 "국민께서 이것을 원하시냐, 아니면 조금 더 준비를 해서 재건축을 하는 것을 원하시냐"고 묻기도 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수원 권선구 수원도시공사에서 열린 '군 공항 소음피해 주민 초청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해당 장소는 제10 전투비행단이 있는 곳에서 약 2.5㎞ 떨어진 곳으로, 윤 당선인이 도착하기 전에도 비행기 소음이 울리는 곳이었다. 윤 당선인을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은 "이 소리를 들어라, 꼭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군 비행장의 소음 피해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삶의 질도,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지장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가 이만큼 성장을 이루고 살 수 있는 것은 확고한 국가 안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지만, 국민의 삶의 질과 자라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원만히 조정해 조화롭게 방향을 찾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를 맡게 될 사람으로서 군과 자치단체, 주민 간에 협의를 통해 원만한 이전 장소를 찾아내고 이전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대폭 지원해 (이전지 주민들께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광주 송정 비행장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데, 여러분 의견을 경청하고 두 비행장을 비교하며 가장 좋은 접점을 찾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후 용인 처인구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시장에서 강정, 떡, 대추 등을 구매하고 일일이 시민들과 주먹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7m 폭의 좁은 시장 골목에 5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경호를 위해 펜스를 쳤음에도 윤 당선인은 260m가량의 시장 골목을 30여분에 걸쳐 걸어 다니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시장 사거리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에 경제, 안보, 보건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아 위기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께서 모두 일치단결 해야 하는데, 진영에 따라 너무 생각이 다르고 또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실종된 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그리고 인권 가치와 약자 보호,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의 기본 지표로 국민을 잘 모시겠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용인시민, 경기도민,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정직하게 지키겠다"고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의 일정 내내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함께했다. 김 후보는 이날 GTX 건설 현장에는 안전모를 쓰고 윤 당선인과 함께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 또 수원 군공항 간담회에는 윤 당선인 보다 20여분 먼저 도착해, 모여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용인 시장에서는 윤 당선인과 함께 단상에 올라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김 후보의 옆에서 '어퍼컷' 세리모니를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김은혜 파이팅"을 외치며 윤 당선인과 함께 있는 김 후보를 응원하기도 했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후보 외에도 이상일 용인시장 후보, 이동환 고양시장 후보, 김용남 수원시장 후보 등도 자신의 지역을 찾은 윤 당선인의 일정에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정치적 중립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당선인이 선거를 돕기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지원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김은혜 후보를 돕기 위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직 당선인 신분이라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여전히 주장할 것인가. 선거 중립의 의무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당당한 모습에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