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날(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두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오는 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또 강행 처리하면, 두 법안은 정부로 이송돼 문재인 대통령의 손으로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에서 검수완박을 왜 매우 짧은 기간에 완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JTBC 유튜브 캡처

문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다음달 3일 열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민의힘이 '문재인 지키기' 법안을 퇴임 직전 서명했다며 강하게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문 대통령의 이른바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은 '검수완박'이 아니었다. '검수완박'을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밀어붙일 때 속도조절을 당부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자 문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한 법안을 공포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文정부 '검찰개혁'은 "특수수사 검찰 직접수사 인정"…검수완박 아냐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마저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립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완전히 폐지된다. '검수완박'이 완성되는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연 법무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정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어긋나는 것이다. 2018년 1월 14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검찰개혁의 기조는 분리분산 및 기관 간 통제장치를 도입하여 검찰이 검찰 본연의 업무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리·분산 방침에 대해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의 이관 ▲직접수사의 축소,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수사 인정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이라고 설명했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가 정한 '검찰개혁' 방안이 아닌 것이다.

◇패스트트트랙 사태 후 검·경 수사권 조정되자 "제도적 개혁 작업 끝났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검찰개혁'은 2019년 패스트트랙 사태를 통해 민주당과 군소 4개 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강행처리하며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6대 범죄로 한정됐고, 검사의 일반적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2020년 1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하루 뒤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제 부로 공수처 설치 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개혁 작업이 끝났다"고 했다.

'검찰개혁'이 여전히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추가적인 수사권 축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조금 줄기는 했지만,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중요 사건들의 직접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검찰의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주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한 데 대한 질문에는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성 의원 '검수완박' 주장하자 "검찰 등 의견 수렴 있어야"

검·경 간 수사권을 조정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그런데 시행 즉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를 중심으로 검찰의 수사를 완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검수완박'이란 단어는 2021년 1월 10일 언론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친(親)민주당 성향 단체인 '민주주의 수호대 파란장미 시민행동'은 민주당과 열린민주당(현재 민주당에 합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검수완박 서약문' 작성을 압박했다. 최강욱·김용민·이수진 의원 등이 서약에 앞장섰다.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거리낄 것이 없었고, 당 검찰개혁특위는 지난해 2월 내에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 일은 결국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세상)"이라는 말을 외치며 지난해 3월 4일 총장직에서 사퇴해 대권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월 9일 '파란장미시민행동'의 검수완박 서약에 동참했다며 페이스북에 서약문을 올렸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지 나흘 뒤인 지난해 3월 8일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며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의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민주당에서는 '검수완박' 주장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속도조절'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2월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속도 조절을 말하는 것이냐"며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1월 29일)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시 운영위원장이었던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발언)은 기억 못하지만 그런 뜻이었다"며 "제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의미의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4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총장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조선DB

◇대선 패배 후 '왜 지금 갑자기 검수완박' 질문에 세 차례 답변 피해

그 뒤로 문 대통령 검찰 수사권에 대해 약 1년 간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자, 민주당에서 갑자기 '검수완박'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은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에서 처음으로 검수완박에 대해 세 차례 '의도적 침묵'으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녹화된 이 대담에서 손 전 앵커로부터 '검수완박을 지금 당장 하지 않았으면 하는 쪽에서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해가면서 하는 것이 낫지, 갑자기 왜 이렇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느냐고 문제제기를 한다'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에 대해서 저는 의견을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손 전 앵커가 '그래도 다시 한번 여쭤본다면'이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마찬가지다. 그것은(답변을 하는 것은) 지금 국회의 현안에 개입해서 발언하는 것이니까"라고 했다.

손 전 앵커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런(속도조절론) 의견들이 있으니 말하기가 꺼려지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이) 가야 할 과제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 국가 수사 역량이 훼손되는 일을 막는 것이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라며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가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지혜를 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손 전 앵커는 "제가 달리 해석하자면 그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또 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부작용의 시간은 줄이되 완수할 것은 완수하자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하하하"하고 웃으며 "그렇게 해석하지 마시고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검수완박 저지' 발언을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표현 자체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법무장관 후보자로서, 검찰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분으로서 검찰 수사권 분리에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한 후보자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 진짜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마지막 기자간담회서 "朴의장 중재안 잘 됐다고 생각"

검수완박에 대한 더 구체적인 입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그 사이 박 의장이 중재안이 나왔고, 국민의힘은 합의를 했다가 재논의해야 한다고 돌아선 상황이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옥외광고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응원 광고가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금을 주도한 이 광고는 광화문 적선현대빌딩과 강남 규정빌딩에 각각 다음 달 27일, 12일까지 게재된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저의 입장은 잘 아실 것"이라며 "다만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합의 하에 처리가 되면 더 좋고,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루어진 양당 간의 합의가 저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부패·경제 분야로 한시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에도 찬성했다. 그는 "이번 합의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이 장점을 보여 왔던 부패수사나 경제수사 부분은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게 되고, 직접수사권이 없는 부분도 중요한 사안들은 영장 검토,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검찰이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