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방선거 후보보다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는 최대한의 성과를 얻으려 한다. 그러려면 검수완박을 최대한 시끄럽지 않게 처리하면서, 국민의힘의 반격을 억눌러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국민투표 제안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 작년에도 추진하다 尹 검찰총장 사퇴하고 4·7 재보선 우려에 중단

검수완박 논란은 커질수록 민주당에 불리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검수완박 '반대'는 50%, 법안 4월 내 처리 '반대'는 65%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수완박 이슈가 6월 1일까지 이어지면 지방선거는 출마자들의 '인물론'보다는 검수완박 찬반으로 나뉘어 투표하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은 민주당도 알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초에도 검수완박을 추진했었으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그해 3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라는 말을 외치고 사퇴하면서 더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줬다.

그러다 대선까지 두 번의 선거에 연이어 패배한 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며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되기도 어렵지만, 처리되더라도 지방선거에 지고 신뢰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강성 의원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조선DB

◇정치적 부담 큰 임시국무회의 대신 국무회의 개의 시각 늦추기

현재 예상되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 일정은 토요일인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5월 3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국회법상 임시국회는 3일 전에 소집을 요청하고 공고해야 하므로, 가장 빠르게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토요일 본회의'를 감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지점이 남아 있다. 법안이 발효하려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정부로 이송하고 국무회의에 상정한 후 대통령이 재가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는 통상 오후에 열리고, 국무회의는 오전 10시에 개의한다. 관행대로 본회의와 국무회의가 열린다면 검수완박 법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할 수 없다.

5월 3일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재가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안만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 재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문 대통령이 별도의 국무회의 까지 열어서 논란이 많은 법안을 공포했다는 강한 비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택한 방법은 '본회의 개의 앞당기기'와 '국무회의 개의 늦추기'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까지 국무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렸는데 경우에 따라 조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에 요청해야죠"라고 했다.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된 후 국무회의를 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 대통령은 '문재인 지키기' 법안을 공포하기 위해 국무회의까지 늦추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받으며 퇴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처리 주장하는 국민투표법, 6월1일 검수완박 찬반 국민투표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맞서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6월 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검수완박 찬반을 붙는 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보고도 지금 안 본 척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민투표라는 더 직접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중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한 조항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이 대표는 "그에 대한 것은 여야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루 빨리 여야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투표가 성사되지 않도록 국민의힘과 법 개정에 합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대외적으로는 국민의힘에 국민투표법 개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8일 "국민의 힘은 2020년 7월 민주당이 발의한 국민투표법 개정안부터 우선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조선DB

이 민주당 주장에는 함정이 있다. 김 의장이 언급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통과되더라도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검수완박 찬반 투표를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투표일 전 60일까지 공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기존 국민투표법은 "대통령은 늦어도 국민투표일 전 18일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동시에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법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조항만 개정하면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국민투표를 공고해 6월 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면 7월 초에나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일종의 '꼼수'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국민투표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비난 공세도 함께 펼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29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신임을 제안했을 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선출직인 만큼 국민투표외에 신임 여부를 물을 다른 방법이 없다"며 "국민투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