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해 4월 국회 통과를 강하게 추진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입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당장 탈당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개인의 소신을 피력하려면 합당에 참여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권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 절차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비례대표인 권 의원은 탈당 시 의원직이 상실된다.

이어 지난 22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낸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내주 본회의 처리를 대기하고 있다. 왜 권은희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예상되던 검수완박 반대 당론(국민의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밝혔을까.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목동 CBS에서 열린 2021 생명돌봄국민운동캠프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①필리버스터 정국 시 ‘키맨’ 역할 기대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선 권 의원이 중요한 ‘키맨’으로 활동할 것을 기대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권 의원은 300명 국회의원 중 한 명으로 국회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지만,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에서는 중요한 한 표로 여겨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가까운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반대하고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 범 민주당 계열로 분류됐던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까지 검수완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기준 의석수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 저지를 위해 준비 중이었던 필리버스터가 무력화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의미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 180명이 동의하면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현재 179명으로, 권 의원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의 사실상 ‘키’를 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②몸값오르는 경찰 출신 사시 합격자

아울러 권 의원은 경찰 출신에 사시합격자 출신 의원이다. 사법시험(43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했다. 1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참여정부의 양성평등 채용확대 정책에 힘입어 2005년 여성 경정 특채 1호로 대한민국 경찰에 입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가장 몸값이 뛰는 사람이 ‘경찰 출신 사시 합격자’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 양측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인사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로펌들은 1차 검경 수사권 분리 이후 경찰출신 사시합격자 ‘모시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③광주 전남대 출신, 검수완박 정국서 ‘뜬’ 민형배, 양향자와 ‘승부’ 시나리오도

일각에선 광주 광산군 출신인 권 의원이 이번 사태서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보여줘 차기 의원직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본인의 정치적 입지가 2선 구청장 출신 의원서 이른바 전국구로 발돋음했다.

민주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부른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권 의원과 민 의원, 양 의원은 복잡하게 얽히거나 얽힐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의 이번 소신 행보를 두고, 차후 그가 더불어민주당에 투신해 고향인 광주 양산에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권 의원은 광산군에서 태어나 전남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다만 광산군에는 민형배 의원이 있다. 그는 전남대 졸업 후 전남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타 지역(해남) 출신의 첫 민선 광산구청장이기도 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권 의원이 고향에서 총선 출마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구청장을 오래한 민 의원의 입지가 탄탄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통해 권 의원이 민주당 복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였던 광주 서구을에 출마할 수 있다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