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강행을 위해 전날 민형배 의원의 전격 탈당 후 안건조정위원회 사보임(국회 위원회 위원의 사임과 보임을 묶어서 지칭하는 용어)을 실행하는 등 국회를 유린하는 ‘꼼수’를 자행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를 4월 중 강행한다는 목표다.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문재인 정권 인사 20명이 감옥에 간다”는 말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부 고발(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검수완박은 물론 안건조정위원회, 국회선진화법 등 일반에게 익숙하지 못한 용어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를 풀어보고, 왜 민주당이 ‘무리수’ 논란에도 검수완박을 급히 강행하는지, 그리고 비슷한 선례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검수완박'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회부가 임박한 가운데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안건조정위 구성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은 무슨 말?

검수완박은 사실 새로 등장한 단어다. 지난해 1월 한 진보성향 매체는 ‘진보진영의 유튜버 최모 씨가 방송에서 “검찰의 기소권-수사권 분리는 엄밀히 말해 형태만 바꿀 뿐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말장난”이라며, 검찰의 ‘기소 및 수사권 분리’와 ‘수사권 완전박탈’이 전혀 다른 차원임을 강조했다. 이른바 ‘검수완박’이다’라고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이 단어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이후 민주당이 발의한 경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법안, 중수청설치법, 특별수사청설치법 등이 검수완박 법안으로 분류된다.

현실적으로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이자 관련 입법 시도 등을 아울러 부르는 속칭이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검찰청의 기존 수사업무는 경찰관 수사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경찰청 또는 신설 계획인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되고, 검찰청은 기소 및 공판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경찰관에 대한 수사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실과 다르나, 거의 대부분의 수사권한이 폐지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국회 의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처리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꼼수’ 민주당 강행 시나리오는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관련법안들 통과시키기 위해 ‘꼼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안건조정위원회로 사보임해 여야 3대3의 균형을 깨려던 전략이 양 의원의 검수완박 반대 문건 사건으로 어려워 보이자,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법사위에 임명하면서 의회정치를 망가뜨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양 의원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야당이 소집을 요청하면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는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무력화하기 위해 75세로 국회 최고령인 김진표 의원을 법사위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저 실패하면 민주당의 마지막 수단으로 ‘회기 쪼개기’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강제 종결되는 점을 이용해 임시국회 회기를 2, 3일로 쪼개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처리하기 위해선 최소 3회로 회기를 쪼개서 열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020년에도 이런 회기 쪼개기 방식을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를 강행한 바 있다. 다만 5월 10일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4월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속도전 펼치는 이유는 ‘정권교체 무력화’

민주당이 지방선거 역풍을 감수하고 속도전에 나선 이유도 궁금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고 전 정부 시절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청산 수사로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힘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 공약이 민망할 정도로 문 대통령과 여권은 수많은 사건을 검찰에 떠넘기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일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제20대 대선이 종료되고 정권교체가 확정된 4월부터 당 차원에서 원래 공약대로 검경 수사권 분리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정권교체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광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선 후보를 수호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청와대 울산 시장 사건 대장동 비리 사건 등 대형 비리 은폐하기 위해서 검찰 손발 다 자르겠다는 심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우 이른바 ‘대장동 스캔들’ 등을 겨냥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에서는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해당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반영된 속도전인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검수완박법이) 새 정부에서 처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윤 당선인은 최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후 검수완박에 대해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현황 브리핑 및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비판 거세

정당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위장 탈당을 하는 이번 사례는 국회선진화법을 유린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남을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그러한 명칭의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5월에 개정된 국회법을 가리킨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국회폭력 금지, 날치기 금지, 무제한 토론 제도 도입,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법률 통과 시 정족수의 60% 이상 동의 필요(패스트 트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과 ‘패스트 트랙’ 또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고 불리는 조항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 → 그 법안에 해당되는 분야의 국회 상임위에서 그 법안을 심사 → 법사위에서 최종 심사 → 국회 본회의에 상정 → 찬반 투표의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상임위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오랫동안 계류하거나 아니면 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은 어떤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직권상정을 하게 해서 이 상임위 단계를 단숨에 건너뛰고 바로 본회의로 올려 머릿수로 밀어붙여 통과시키는 방법을 쓸 때가 많았다. 본회의에 일단 올라가기만 하면, 과반 의석으로 단독 가결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속어로 ‘날치기’라 부른다. 이번 사태에서 날치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 /뉴스1

◇공수처법 개정시 안건조정위원으로 ‘같은편’ 최강욱 선임 사례도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정권에서 다양한 꼼수를 동원해 무리한 법 통과를 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2019년 12월 국회 회기 끊어치기를 통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당)의 무제한 토론을 종료시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처리했다. 2020년 3월에는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게 해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한 최강욱 전 당대표를 위시해 검수완박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특히 같은 해 12월에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회의에 여권으로 분류되던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교섭단체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수처법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법상 안건조정위는 최대 90일까지 활동할 수 있지만, 앞서 민주당은 공수처법 처리 당시 민주당은 안건조정위가 열리자마자 기습 통과시켰다”며 “이번에도 공수처법 전철을 밟으려고 한다. 광기에 가까운 행태”라고 했다.

거듭되는 민주당의 폭주에 다른 정당들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했는데 민 의원 탈당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들 보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정치해선 안 된다”며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민주당에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양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