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셨죠. 바로 러시아 짓입니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화상 연설을 이렇게 마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마리우폴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후 이 말을 했다. 연설을 통역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과 교수는 이말을 한국어로 전하며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울먹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9일 대통령실이 이전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용산 공원에서 쉐겔 교수와 만났다.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유가족들과 오찬을 하는 '경청 식탁' 일정이었다.

윤 당선인은 쉐겔 교수에게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을) 동시통역하신 분"이라고 했고, 동석한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번에 통역을 격정적으로 하셨다"고 말했다. 쉐겔 교수는 "제가 대통령님을 만나 뵙는 것은…"이라고 했다.

쉐겔 교수는 재난·안전사고와 관련이 없지만, 인수위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정확한 상황을 전해듣기 위해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의원이 50여명만 참석해 빈 자리가 곳곳에 보였고, 기립박수도 없어서 국내외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종전 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양국이 만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논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18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평화와 독립을 위해서 한국과 미국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 당선인 측도 부정적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무기 지원 요청에 대한 질문에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출범하면 더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지금 현 정부도 (무기 지원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사실이 있다는 정도만 당선인이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윤 당선인은 이날 울진·강릉 산불 피해자,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 유가족, 과로사한 택배 노동자 배우자, 평택 화재 순직소방관 자녀, 전동 휠체어 사용 중증 장애인 등 총 8명을 만났다. 윤 당선인은 휠체어를 직접 밀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경청 식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3일 첫 '경청 식탁'에서는 국가 원로 8명을 만나 국정 운영 전반을 논의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과 교수가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르라이나 대통령의 한국 국회 화상연설 통역을 마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