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인선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며 안 위원장이 집무를 재개한 가운데, 두 사람의 갈등이 '제2의 이준석 사태'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저녁 회동'을 통해 안 대표와 갈등을 봉합했는데, 이것이 대선 후보 시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마찰을 겪다 '울산 회동'을 통해 봉합한 모습과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잠적한 채 항의성 전국 순회를 나섰던 이 대표와 '합의문'까지 만들면서 갈등 봉합에 성공했으나, 한 달도 채 가지 않아 다시금 갈등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주재하는 간사단 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한 인수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과 윤 당선인과의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잘 이어져 나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상의 다음 행보에 대해 "향후 차관급 인사를 비롯한 대통령의 집무를 위해 필요한 여러 직제상의 인사를 통해 안 위원장이 전문성 있는 분야에는 자세한 말씀을 구하고 참고하기로 했다"고 했다.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장관급 위원장 직위와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선, 부처 차관급 인선 등이 공정부 약속이 순항할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지(紙)'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공동정부 약속이 말처럼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서 공동 정부를 약속했지만,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 공동 운영 약속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이던 안철수 위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 뒤 선거에서 승리했고, 안 위원장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김도식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을 정무부시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공동 시정' 약속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12월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갈등 봉합이 지난 대선 기간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울산 회동'과 같은 결과를 맞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갈등을 빚고 봉합하는 과정이 앞서 윤 당선인이 이 대표와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과 비슷하기에 갈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만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3일 윤 당선인의 새 정부의 2차 조각(組閣) 인선 발표 이후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만찬 일정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튿날(14일)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지난 10일 발표된 새 정부의 첫 인선에 대해서 "공동 정권을 약속했지만 (인선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 싶어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했는데, 해당 발언 이후 안 대표가 공개 일정을 취소하자 인선 문제로 인수위원장직 거취까지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자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나서 두 사람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고, 두 사람이 이 자리에서 우선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자신의 대선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교수는 두 사람의 갈등의 원인에 대해 "첫 내각 인선이나 이런 것이 충분히 상의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공동정부 정신이라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인데 함께 상의하고 인재를 찾고, 그다음에 인재들과 함께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의 갈등 원인이 '소통 부재'였던 셈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말 같은 당 이준석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 사태'로 갈등을 겪었었는데, 당시에도 갈등의 주된 이유는 '소통 부재'였다. 당시 이 대표는 윤핵관 사태를 비판한 뒤 잠적해 부산~여수~제주를 순회했는데, 윤 후보는 "리프레시를 위해 간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후 상황이 나빠지자 당시 원내대표와 당대표 비서실장이던 김기현·서범수 의원이 울산에서 두 사람의 회동 자리를 마련했고, 두 사람은 합의문까지 작성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두 사람이 발표한 합의문의 첫 번째 항목은 "대선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후보자와 당대표, 원내대표는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갈등의 원인이 '소통 부재'였다는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갈등을 봉합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또다시 파열음을 일으켰다. 당시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맡고 있던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직을 사퇴했고, 결국 의원총회를 통한 '당대표 탄핵' 사태까지 벌어지고서야 갈등을 잠재울 수 있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쪽)과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뉴스1

안 위원장과 윤 당선인의 갈등이 재점화할지 모른다는 관측에 대해 안 위원장 측은 "하나가 됐다고 하니까 믿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진석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완전히 하나 되고 완전히 해소 됐다고 하니 이제 그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며 "믿고 희망해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안 위원장이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서 안 위원장의 의견을 더욱더 참고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방안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만남에서는 일종의 합의가 있었지만, 별도의 합의문은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구두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인사를 나눠 먹자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새 정부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부 청사진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안 위원장의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도 본인의 말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안 위원장도 전날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한 것처럼 공동 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다"면서도 "인수위원장으로서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사라든지, 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기로 했고, 특히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소·벤처기업,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더 깊이 관여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