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를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달성 사저에서 만나 50분간 대화를 나누며 구원(舊怨)을 풀었고, 대구 시내 동성로에서는 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선거 유세 기간 윤 당선인을 상징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다시 선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 지역 순회에 나선 윤 당선인은 전날 안동·상주·구미·포항 등 경북 4개 도시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대구를 찾았다. 첫 일정은 서문시장이었다. 운집한 인파를 뚫고 윤 당선인은 상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자리에서 경선 후보와 대선 후보 시절, 대선 전날 등 총 3차례 서문시장을 방문한 일을 말하고 “어떻게 보면 권력이 서문시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엄청난 힘을 받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도 했다.

또 윤 당선인은 “선거법에 위반이 안 되더라도 정치 윤리상 자세한 이야기는 제 입으로 말씀을 못 드리지만, 작년 8월부터 주장해오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거는 제가 반드시 할 것”이라며 지역 공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윤 당선인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악연이 있는 데다가 이날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서문시장이 화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서문시장을 들렀다가 (사저에) 왔는데, 박 전 대통령도 힘들 때마다 서문시장에서 힘을 받았는데, (저도) 서문시장에 갔더니 힘을 받은 것 같다. 기운이 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점심 식사로 서문시장에서 국수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박 전 대통령에게 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과거 수사와 관련해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0일 취임식 참석을 직접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노력해서 가능하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4년 간 정책 업적이 저평가돼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이어 윤 당선인은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를 찾았다. 차량에서 내린 후 몇 걸음 걷지 않고 한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과 우동, 쫄면을 시켜 먹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 동성로 상인회장 등이 한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윤 당선인은 옆 자리 학생들에게 “맛있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분식집을 나와서는 옷가게에 들러 경기가 어떠냐고 물었다.

윤 당선인은 연설에서는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과 압도적인 지지로 이제 한 달 후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어 “제가 지난 여름에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약속드린 것처럼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께서 대구·경북을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의 기지로 만드셔서 지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셨듯이, 대구·경북에 제2의 새로운 도약을 여러분들과 함께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아마 이 동성로에도 임대가 나가지 않은 공실 점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제가 28년 전에 이 대구에서 초임 검사로서 첫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시절에는 동성로에 상권이 엄청났다. 다시 과거를 재연하고 이 지역에 제2의 도약을 제가 반드시 일궈내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선 때 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몇 번씩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 한 분식점에서 어묵 국물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