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새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1기 내각을 이끌 8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전원 남성이고, 과반이 영남 출신이다. 지역과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인선으로, 윤 당선인은 “각 부처를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인 부동산 시장 안정과 많은 핵심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끌 장관으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김현숙 전 의원 등 윤 당선인을 가까이에서 돕던 정치인을 임명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검증이 끝난 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 윗줄 맨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섭 국방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뉴스1

◇국방장관은 ‘한미동맹’ 중점…과기장관은 ‘반도체 전문가’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을 찾아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직접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이종섭 전 합참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을 각각 지명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부총리로 발탁한 추경호 후보자에 대해서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국정 현안에 대한 기획조정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기획재정위 간사,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의 전략 기획과 원내 협상을 주도했다”며 “공직에서의 전문성, 의정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 소통도 원만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발표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설명하면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군사 작전과 국방 정책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분”이라며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한미동맹을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방부 정책실 미국정책담당, 정책기획차장, 합참 한미연합방위추진단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 등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한미동맹의 현안 관리와 정책발전에 대한 전문성도 높이 평가받은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튼튼한 안보와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면서 동맹국과도 긴밀한 공조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임명되면 18년 만의 중장 출신 국방부 장관이 된다.

윤 당선인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 체계를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기술혁신·경제 전문가로 첨단산업에 대한 안목과 식견이 풍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경제 저성장 극복을 위한 산업 구조 고도화의 밑그림을 그려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세계적 반도체 기술 권위자”라며 “역동적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첨단 과학 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미국 워싱턴 DC에 있던 19세기 말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문화적 가치와 외교·역사적 의미를 발굴해 재조명하고 공사관이 국가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기여한 분”이라며 “언론과 소통이 원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구 코로나 창궐 당시 코로나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중증 환자와 일반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가 공백 없이 이뤄지도록 운영체계 틀을 잡은 분”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선거 과정에서 영유아 보육, 초등 돌봄 등 가족정책을 설계해왔다”며 “인구 대책과 가족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뤄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어통사역사는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뉴스1

◇8명 중 영남 5명, 서울대 3명, 남성 7명…尹 “할당·안배 없다”

이날 발표된 장관 후보자는 남성이 7명, 여성이 1명이다. 연령은 60대 5명, 50대 3명이고, 출생 지역은 대구·경남 각 2명, 서울·경북·충북·제주가 각 1명이다. 영남이 5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명, 고려대·경북대가 각 2명, 육사가 1명이다.

윤 당선인은 인선 기준에 대한 질문에 “다른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어차피 지명해야 할 공직이 많고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 세대, 남녀라든가 균형이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7대 기준’으로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질문에 윤 당선인은 “고위 공직의 인선과 검증 기준은 결국 국민들의 눈높이와 국민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며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나머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8명 중 정치 경력 3명…원희룡·김현숙, 부동산 안정·여가부 폐지 임무 맡아

윤 당선인이 이날 발표한 8명의 장관 후보자 중 정치인 출신은 추경호·원희룡·김현숙 후보자 등 3명이다. 이 중 추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그러나 원희룡 후보자와 김현숙 후보자는 국토부와 여가부 분야 관련 경력이 거의 없다. 부동산 안정과 여가부 폐지라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무적 역량이 있는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후보자는 국토 관련 경력이 없다는 질문에 “지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서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의 미래에 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고통과 눈높이를 국토, 부동산, 교통 분야에서의 전문가들과 잘 접맥시켜서 국민과 함께 국민 전체,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고 고통을 더는 데 정무적 중심, 종합적 역할을 하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박근혜 정부의 대표 개혁과제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부터 여성·문화 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돼 여성 정책을 설계·입안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일할 당시엔 노동개혁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2017년부터는 숭실대 경제학과로 돌아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선 캠프 시절부터 경제·사회·복지 등 전반에 걸쳐 정책 지원을 해왔고, 대선 이후엔 윤 당선인의 정책특보를 맡아 정책 보좌를 이어왔다.

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시기에 대한 질문에 “부처가 언제 개편될지는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을 다 풀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 문제의 경우도 아시다시피 일인 가구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가구가 있으니까 새로운 시대에 맞게 만들어 가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화합하고 미래를 열 수 있는 새로운 부처로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