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0일 자신이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데 대해 경찰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일은 “민주주의의 위기”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시장 출마 배경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벌써 검찰과 한동훈(검사장)의 오만한 모습과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진영에 대한, 이재명 후보 사모(김혜경씨)에 대한 수사부터 시작해 권력의 속성이 발동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가 최근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으로 집 앞에서 경찰 특공대의 폭발물 탐지견을 쓰다듬는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 김씨는 이 경찰견을 자연스럽게 껴안으며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자고 싶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이 사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김건희씨가 개를 쓰다듬는 것처럼,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하는 권력의 속성이 발동되기 시작했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우리 지지자들은 누구라도 나서서 이걸(서울시장)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과연 그런 일에 합당한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전직 대표니까 전략 공천해달라거나, 추대해달라고 한 적이 전혀 없지 않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아내 김건희씨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 앞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는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김진애·정봉주 전 의원 등 총 6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송 전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 마감됐으니 그에 따라 경선하면 된다”며 “제 출마에 대해 생각이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했다.

우상호·김민석 의원 등은 송 전 대표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국회의원 몇 명이 자기 생각을 당원들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해야 할 시간도 촉박한데, 갓 쓰고 망건 쓰다 장 다 파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큰 폭의 격차로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대표는 “지금 오 시장을 이기는 후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경선으로 공약을 홍보할 기회를 주지 않고 ‘레디 메이드 허니’, 즉 이미 만들어진 꿀단지를 찾아 다니는 수동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국민의 감동을 얻어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출마에 반대하는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는 “그런 열정과 시간이 있으면 진작 서울시장 후보를 찾고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것도 안 하다가 송영길이 나간다니 공격하는 것은 달을 보라고 하니 손가락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제가 마중물이 돼 정봉주, 박주민, 김진애 등 6명이나 등록을 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 출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자가 다시 출마하는 것이 문제’라는 비판에는 “지금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분들이 누가 있느냐. 다 공동선대위원장 아니냐. 지금 당을 이끄는 분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86 용퇴론’에 대해서는 “제가 쓴 말이 아니고 저는 누구에게 용퇴를 강요한 바 없다”며 “(86)세대의 동질성이 다 희석됐고, 개별적으로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싸움을 회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에 앉아 있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냐, 아니면 누가 보더라도 질 거라고 생각해 감히 출마 선언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을 위해 다시 한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나서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냐”며 “국회의장 도전 기회도 포기하고 현역 의원 임기 2년도 포기하고, 당을 위해 싸워달라는 요청에 부응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당에 책임지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에 대해 “다음 주 출마 기자회견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논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시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공식 행보를 통해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