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같은 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우선 처리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 편지에서 ‘검수완박’이 될 경우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에 대해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다”고 했다. 부패와 경제 범죄, 공직자 비리, 선거 사범 수사를 할 기관이 없어지는 내용의 입법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의원은 이날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월 9일 이내에 법안 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자”고 했다.

황 의원은 이 편지에 대해 9일 페이스북에서 서한문 요지를 공개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기존 검찰의 수사영역이 온전히 경찰로 수평 이전되는 건 아니다”라며 “기존 검찰 수사영역인 6대 범죄는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고, 이는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의힘 반발 속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됐다. 이 6대 범죄가 “필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불요불급) 수사가 많다”는 게 황 의원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6대 범죄에 대한 수사역량 약화를 예상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이 영역에서 검찰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도 과다한 업무에 힘들어 하고 있는 경찰이 이를 환영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상당부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하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나?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국가수사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건수 자체는 많지 않다”고 했다. 또 “현재도 경찰에게는 6대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며 “검찰의 6대범죄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경찰에게 없던 권한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황 의원은 “검찰 수사권 남용이 최악이라고 전제한다면 이에 대한 폐지가 우선 과제라는데 대한 공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검찰 수사권을 없앤 뒤 보완책을 찾자고 주장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경찰권이 비대화된다는 우려에 대해 “그래서 경찰 아닌 법무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법안을 준비했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중수청 법안(제정법)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래서 검찰직접수사권 근거조항 삭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차분히 보완책을 마련해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경찰대 출신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장서 왔다. 그는 “검찰이 ‘또 습관적으로 집단반발’한다는 뉴스도 함께 보도되었다”라며 “검찰은 행정부의 외청조직이다. 행정부 수반과 장관 등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때 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상대로 하명수사를 벌인 혐의로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 등 13명과 함께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2021년 11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평 변호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한 신평 변호사는 이 같은 황 의원의 서한에 대해 “검찰 수사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드러내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온힘을 다해 추진해 온 소위 ‘검찰개혁’은 잘못된 사법과정을 바로잡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줄이려는, 혹은 검찰권의 독재를 막고 민주적 통제하에 두겠다는 선한 목적과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들이 이 정부 하에서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한 검찰수사를 막겠다는, 그래서 20년이건 30년이건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날것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황 의원의 말은 그 욕망에 감추어진 진실을 노정했다. 대담한 커밍아웃”이라고 했다. 이어 “이(문재인) 정권에서 이루어진 권력에 의한 부패행위를 수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우리 헌법의 원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헌법질서의 유린’이자 ‘헌법의 파괴’”라고 했다.

또 신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뜬금없이 우크라이나에서 파시즘을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프로파간다를 내걸었다. 이와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반헌법적, 반민주적 민주당 강경파 의도를 분쇄해야 하는 책무를 걸머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