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쇄신 차원에서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맏형 격인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서울시장에 적합한 인재를 영입하거나, 당내에 다른 후보들이 나서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은 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기도는 선거 구도가 상대적으로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선거 분위기가 같이 간다. 그래서 서울시장 후보 정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였을 때 ‘이 전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를 삼고초려해 서울시장에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이 아름답지 않나’, ‘참신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붐을 일으키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송 전 대표의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이런 카드는 다 물 건너갔다”고 했다.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네”라고 답했다. 이어 “외부인을 구해오나, 안 구해오나를 충분히 지켜본 다음에 정말 못 구해왔을 때 송 전 대표가 결심을 했어야 한다”며 “이렇게 일찍 결심해버리면 이제 외부 인사라든지, 지도부가 작전을 구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라며 공개 비판했다. 그는 “동일 지역구 연속 3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했던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해 시민과 당원의 지지가 가장 높은 사람을 후보로 지명하는 ‘교황식 시민후보 선정 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뽑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서울 지역구 출신 대선후보였던 이낙연·정세균·추미애·박용진, 직전 후보였던 박영선, 서울 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서울 출신 전직 최고위원인 박주민·강병원, 최근 주소지를 옮긴 송영길, 대선 책임을 자임하고 불출마를 표명했던 우상호 등 당내 인사들과 김현종 등 서울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파격적이고 참신한 당외 인사 등 모든 인적자원을 놓고 지도부가 책임 있는 전략적 검토와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비판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날 부산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가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 이야기는 서울에서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