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판식을 갖고 본격 출범한 지 보름이 되는 2일 ‘소통’을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기조에 따라 인수위 업무 방식 쇄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여러 쪽으로 만들어지던 상황 보고서는 한 쪽으로 간소화됐고, 인수위 각 분과 보고도 당선인과의 짧은 직접 소통 형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최근 윤 당선인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전까지는 여러 장으로 만들어지던 상황 보고서도 한 쪽짜리로 간소화 됐다”면서 “그 외에 필요한 사안은 당선인에게 직접 구두 보고가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너무 바쁜 일정 탓에 여러 장의 보고서를 읽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한 쪽짜리 보고서를 받았는데 그러한 방식이 보다 원활한 소통에도움이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하루에 3번 대변인단으로부터 고정적으로 보고를 받지만, 그 외에도 필요한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른 새벽시간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보고를 받고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직접 집무실에 찾아가 보고를 하거나, 전화 통화로 보고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보고를 받고서도 “앞으로 회의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고 토론도 심도 있기 이뤄질 수 있도록 소규모로 나눠 진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22일 인수위 구성 이후 열린 첫 분과 간사단 회의에서 “사실 스팟 미팅(짧은 회의)을 좋아한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윤 당선인은 “제가 인수위 진행 상황도 보고, 향후 제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하고, 현안과 관련해 여러분들의 말씀도 듣는 것이 일하시는 데 낫지 않겠나 싶어서 (간사단 회의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했다. 윤 당선인이 형식을 갖춘 회의보다는 짧은 보고 형식의 만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인수위 7개 분과 간사로부터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격의 없는 소통’이었다”면서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들이 사무실도 협소하고 고생하시는데 제가 편한 것보다 여러분들 일하실 공간이 확보되는 게 더 맞는다. 제 접견실을 회의실로 터서 필요한 책상을 넣고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실 때 넉넉하게 써 달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내부 소통 외에도 기자들과의 소통에도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인수위 기자회견장은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도보로 26분가량 떨어진(약 1.8㎞) 곳에 있었다. 해당 건물에는 과학기술교육분과와 사회복지문화분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등의 사무실이 함께 마련됐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다 지난달 23일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요청에 따라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인수위 사무실 앞에 간이 기자실을 마련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오가다 보니 밖에 기자들이 노트북 자판을 친다고 길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비도 오고 추운 날이 많았는데 통의동 건물 앞마당에 차 한잔 따뜻하게 마시고 일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지난달 28일에는 통의동 인수위 건물 1층에 기자회견장을 마련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해당 기자회견장 마련에 대해 “1층에 회의실을 따로 만들어서라도 프레스룸을 만들라는 당선인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건물 내부에 마련된 프레스룸은 105석 규모로, 마이크와 유선 인터넷 사용 등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윤 당선인은 간이 기자실이 차려진 첫날과 통의동 사무실 내부에 기자회견장이 차려진 첫날 해당 장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간이 기자실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후보 시절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냐’, ‘잠은 몇 시간이나 자냐’ 등의 질문을 받기도 했고, 건물 내부 기자회견장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삼청동(기존 기자회견장)에서 여기로 많이 오셨구나”하며 “대회의실로 쓰이던 곳인데 (회의실을) 줄여서 하면 될 것 같아서 만들었다. 많이 도와달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기자들과의 소통은 물론 보고 체계를 간소화하고 있다”면서 “인수위원들도 계속해서 보다 원활한 인수위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