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지키겠습니다. 이재명을 지키겠습니다.”(안민석 의원)
“이재명 후보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갈 진짜 동지입니다.”(조정식 의원)
“이재명의 경기도를 저 염태영이 지키겠습니다.”(염태영 전 수원시장)
“이재명이 함께한 경기도에서 김동연이 약속을 지키게 됩니다.”(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6·1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안민석·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소속 염태영 전 수원시장, 민주당과 합당하기로 한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대표 등 민주당 유력 경기지사 선거 후보 4명의 출마선언문 중 일부다. 경기도민에 대한 약속보다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친분을 강조하고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데 초점을 뒀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대항마로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은 “아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지사의 후임 지사를 뽑는 선거가 이처럼 ‘이재명의 대리인’ 대 ‘반(反) 이재명’ 구도가 되면서, ‘미니 대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김동연 출마선언에 정성호·김병욱 참석…’이재명의 뜻’ 여부 논란
민주당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 전 지사와 인연을 강조하고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지사가 경기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큰 표 차로 꺾으면서 득표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 전 지사는 윤 당선인보다 경기도에서 46만2810표를 더 얻었고, 득표율은 50.9%대 45.6%로 5.3%포인트 더 높았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 17개 광역자치단체 선거 중 호남을 제외하고 가장 민주당 후보의 승리 확률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 전 지사의 뜻, 이심(李心)은 경기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도 핵심적인 조건이 됐다. 민주당 내에 기반이 없는 김동연 대표의 경기지사 출마 선언에는 이 전 지사의 최측근인 정성호·김병욱 의원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이 전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지사와 통화를 몇 차례 했지만, 출마 지역 등을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염태영 전 시장은 김 대표를 견제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정성호·김병욱 의원이 김 대표의 출마선언 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이 전 지사는 중립을 하겠다고 했다. 어느 편에도 두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를 했던 후보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우 아니겠느냐”고 했다.
현역 의원이 6·1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당 지역구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은 자신이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된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시흥을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지사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20% 이상 격차로 압승한 곳이다. 이 전 지사가 안정적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원내에서 활동하는 이 전 지사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당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제안이다.
안민석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차기 대선에 한번 더 도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지사가 한 차례 대선에서 낙선한 후 당 대표를 거쳐 다음 대선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경험은 다음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도전해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권과 대권 사이인 2년 후에는 이 고문이 종로 (지역구 의원) 출마 정도면 이재명이란 정치인의 덩치도 더 키우고 국가지도자로서 숙성되는 경로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 ‘험지’인 경기도…대권주자급 출마론에 유승민 등판
이 전 지사가 경기도에서 상당한 격차로 윤 당선인을 꺾었고,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는 대권주자급이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대선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결심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깊은 고민 끝에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도에 연고는 없지만, 국민의힘에서 인지도와 중도 확장성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유 전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재명을 지키겠다’는 핵심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아주 황당하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의 경기도’가 아니라 경기도민의 경기도다. 이재명을 지킨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비판했다.
이 전 지사 재임 기간 발생했을 수 있는 경기도청의 비리를 엄단하겠다고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정치를 23년째 하면서 단 한번도 부정부패·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다”며 “인허가와 사업에 엄청난 비리가 있을 수 있다. 확실하게 바로잡겠다”고 했다. 또 “대장동 의혹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대장동 비리가 터지는 것을 보면 경기도 공무원이나 산하단체가 진짜 깨끗할지 경기도민들이 굉장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밖에 국민의힘에서는 경기지사 선거에 심재철·함진규 전 의원이 출마했다. ‘가세연’의 강용석 전 의원도 출마 뜻을 밝혔다.
◇은수미 불출마 성남시, 신상진 전 의원·장영하 변호사·이기인 시의원 등 각축
성남시장 선거도 이 전 지사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뇌물공여·수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은수미 성남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 기간 이 전 지사의 ‘형수 욕설’ 등 가정사와 관계된 내용을 담은 책 ‘굿바이 이재명’을 쓴 장영하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성남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시장 체제 하의 12년 동안 성남시는 부정과 부패도시로 전락했다”며 “추락한 성남시의 위상을 하루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성남시장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대선 기간 국민의힘에서 이 전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서 한 이 전 지사 지지자로부터 “기인아, 지사님한테 개기다 끌려간다. 인간이 돼라. 너가 이 지사 겐세이(’견제’의 일본어) 상습범인 거 아는데 잡법처럼 하지 마”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중원에서 4선을 한 신상진 전 의원도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때 “이 지사와 성남에서 시민운동 투톱으로서 함께 했던 한때의 동지였던 관계”라며 “좌파 민주당 정치인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