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당선 확정 후 20여일 간 대선 후보 시절 “다시 오겠다”고 한 곳에 대한 약속 지키기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남대문 시장, 울진 산불 이재민, 서울 명동 무료 급식소에 이어 일요일인 3일에는 네 번째 행보로 제주 4.3항쟁 희생자 추념식에 보수정권 대통령(당선인) 중 처음으로 참석한다. 약속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현장과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 다음주부터 지방 순회 일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오는 4일 1차 국정과제 선정을 마칠 목표를 세운 가운데 당선인은 현장 행보를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尹, 남대문 시장, 울진 이재민, 명동 무료 급식소 다시 찾아
2일 정치권에 따르면, 3.9 대선 후 20여일 간 윤 당선은 주당 약 1회꼴로 ‘당선 후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0일 새벽 당선 확정 후 첫 외부 행보로 14일 남대문 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홍보대사를 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 보상’, ‘전통시장의 교통 인프라 해결’ 등을 얘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같은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은 오늘 남대문시장에서 시장 상인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상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당선인이 공식 첫 현장 행보를 시장으로 잡은 것은 당선인이 1호 역점 과제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천명한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분들의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시장 상인들과 함께 꼬리곰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시절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당선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킨 것이다. 상인회장은 이날 윤 후보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두 번째는 약속 지키기 행보는 울진이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5일 울진·삼척 산불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일 경북 영주에서 지역 일정을 마친 뒤 울진 국민체육센터 화재 이재민보호소를 찾은 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4일 밤 10시40분쯤 경북 울진 산불 이재민 보호소를 찾아 30여분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제가 경주, 안동에 있다가 영주에서 유세를 했는데 이재민이 많이 났고, 울진 체육관에 계신다고 해서 유세 끝나고 뵙고 올라가려고 왔다”며 “어떻게 지내시는지 봐야 빨리빨리 선거 끝나고 지금 정부하고 빨리 보상도 해드리고 집도 지어드리고 해야 할 거 아닙니까”라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큰 힘이 되겠느냐마는 그냥 손을 잡아드리고, 신속하게 화재가 진압되면 어쨌든 국가가 법에 따라 이분들의 주거를 다시 지어드리고 하는 절차가 빨리 진행되도록 촉구하겠다”고도 했다. 11일 후 당선인 신분으로 다시 찾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 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2월 9일 대선 후보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선거가 끝난 뒤 명동 밥집을 찾아 봉사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인은 ‘밥퍼 봉사’에 앞서 명동성당에서 정 대주교와 다시 한 번 차담을 갖기도 했다. 정 대주교는 “선거 마치고 한 번 봉사를 오신다고 했는데, 그 바쁜 시간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통합의 정치를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덕담했다.
◇네 번째는 제주 4.3항쟁 추념식...보수 중 처음
네 번째 행보는 일요일인 3일 오전 10시 제74주년 4·3항장 희생자 추념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일 오전 10시55분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출범식에 갔다가 제주 평화공원에 갔는데 어느 기자분이 ‘선거 끝나고도 오실 것이냐’고 물어서 당선인 신분으로 당연히 추모식 때 오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생각이 있었고 하니까 일요일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는 당선인의 약속이었다. 꼭 가신다고 했었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5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했다. 2003년 조성된 4·3평화공원에서 첫 위령제가 열린 후 현직 대통령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동안 대통령이 한차례도 4·3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4·3추념식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다만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에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다.
윤 당선인은 방송 출연에서도 재방문 약속을 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TV조선 얘능 프로그램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출연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노포 충무칼국수에서 칼국수에 김치를 곁들여 먹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허영만 화백이 “당선이 되시면 다시 출연해 달라”고 말하자 그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르면 3일 오후로 전망되는 국무총리 인선 발표 후 윤 당선인은 본격적인 지방 순회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4일 1차 국정 과제 선정을 목표로 이를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수위와는 별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윤 당선인의 지방 순회 행보가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