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 대해 “민주당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재명을 지키겠다’는 핵심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아주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는 ‘이재명의 경기도’가 아니라 경기도민의 경기도다. 이재명을 지킨다는 게 무슨 소리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는 5선의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출마했고, 민주당과 합당하기로 한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대표도 이날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 전 지사와 인연을 강조했고,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이 다 장점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지사의 실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지사가 되면 이재명 지사가 했던 것 중에 잘한 것이 있으면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고치고 개혁을 해야 한다”며 “지금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부동산 실패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분들이 그런 개혁을 해내겠느냐”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결심했었다. 그런데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에서 상대 후보인 이 전 지사보다 득표율이 5%포인트나 적게 나오자, 국민의힘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선 주자 급의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후보로 유 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러자 유 전 의원은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 유승민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며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드린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개혁보수의 정치를 경기도에서 꽃피우겠다”며 “23년째 정치의 한복판에서 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키워온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경기도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의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 경기도 공무원 모두가 도민의 충실한 공복으로서 오로지 도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도록 하겠다”며 “공직자의 부정부패, 비리는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지켜서 깨끗한 경기도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에 연고가 없다’는 질문에 “경기도에는 저만 연고가 없는 게 아니다. 경기도에는 연고 없는 수많은 분들이 살고 있다. 1357만명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외국인도 36만명 가까이 살고 있다”며 ”연고가 없다는 게 결격사항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 경기지사인 이 전 지사가 잘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분명히 있다”며 “그런 점에서 경기도야말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위해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을 위해서는 민주당 어떤 후보보다도 제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또 유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의 몸통이 이 전 지사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라며 “제가 말씀드린 부정부패,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깨끗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데 (대장동 사건 수사가)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도 중도성 확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더 나은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경기도지사는 말 잘 듣는 공무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경기도는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중심인 경기도를 책임져야 하고, 거기에는 정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 친박(親朴)계 핵심이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관계가 멀어졌고, 탄핵에도 동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달성군 새로운 사저에 입주하시는 장면을 정말 다른 누구보다도 그런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언제든지 조용히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지난 세월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인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지금 선거를 시작하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선거에 이용하거나 쇼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