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국제 관함식 개최를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제주 강정마을 강희봉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강 회장이 편지에서 “대통령님 퇴임하시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강정마을을 꼭 한번 찾아 달라. 강정항에서 노을을 보면서 막걸리 한 사발 하시지요”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 날을 기대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1일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에(SNS)에 ‘강정마을 강희봉 회장님, 편지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 회장이 자신의 퇴임 소감을 담아 지난 1월 청와대로 보낸 서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장 성격의 글이다.

강 회장은 서신에서 “2018년 국제관함식 때가 생각난다”라며 “처음 마을총회에서 관함식 반대 의견이 많았을 때만 해도 정부에 불신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이 관함식을 강정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마을 주민을 설득했고, 성공적으로 행사가 마무리돼 정부와 소통이 이뤄졌다”며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의 혜안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적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에 대한 경찰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경찰청 ‘인권조사 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해 경찰청장의 사과 등을 끌어낸 데 대해서도 “주민들이 한을 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주민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었다니 무척 기쁘다”며 “회장님과 주민들 덕에 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또 “나라를 생각하는 넓은 마음으로 국제관함식을 포용해 주신 데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회장님 말씀대로 막걸리 한 사발 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8년 10월 국제관함식 개최를 앞두고 해당 행사가 남북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와 제주기지 완공을 못 박으려는 선전장에 불과하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행사에 참석해 강정마을 주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고, 행사 후에는 주민과 별도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