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지하철 승강장에서 벌이는 ‘승·하차 시위’를 두고 2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방을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서울 시민 출퇴근 시간을 볼모로 잡는다며 “비문명적”이라고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헌법 제34조 5항’을 말하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을 때에는 말하지 않던 것들을 대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관철시키려 한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장연에 대해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이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시위 지속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 시위라는 주장으로 지하철에서 투쟁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94%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나머지 6% 역사는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난해한 곳”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벽히 완료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오 시장의 노력에도 전장연이 “서울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볼모로 잡고,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넣는 방식으로 출입문이 닫히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지하철 운행을 막아 세우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평생 교육 시설 운영 예산, 탈(脫)시설 예산 6224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탈시설’은 현재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사는 2만9000명을 시설 밖 지역사회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탈시설이 오히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라”며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의 요구가 100% 관철되는 것은 어렵고,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박지현 위원장은 전장연에 대해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포함한 보편적 권리 확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헌법 제34조 5항에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며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여야와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게 매우 당연한 책무”라며 “여아는 장애인 단체가 요구한 특별 교통 수단 지원 방안 마련 위한 지속적 협의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지하철 타지 않는 장애인, 지하철 없는 지역에 사는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서 호소하는지 목소리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이미 여야가 발의한 법안을 처리하고,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확보에 여야 모두 힘을 모았으면 한다”며 “민주당은 우리 사회 약자, 소수를 대표하는 다양한 국민과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보다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도 오전 8시쯤부터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탑승해 4호선 혜화역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출근길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날 트위터에 “3호선과 4호선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