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 후 2주가 '통합'이 아닌 '갈등'의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시급한 코로나19 정국 해법 대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찬반과 속도, 인사권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신·구정권의 '기 싸움'도 계속 거세지면서 정권교체기 안정적 국정 이양을 돕는다는 의미의 '허니문'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여소야대' 정국 속 지방선거 앞둔 與野

여야 기 싸움의 첫 번째 원인은 우선 지방선거가 오는 6월 1일 열린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선에서는 신승했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속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해야 윤석열 행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 기 싸움이 거세다는 얘기다. '3.9 대선의 진정한 승자'는 지방선거 결과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172석을 민주당이 차지한 상황에 따른 것이다. 현재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감사위원 등을 둘러싼 여야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기 싸움에서 이기는 측이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향후 정국의 무게 중심축이 지방선거로 옮겨지고 있다. 지방선거 승패를 가늠지을 경기도지사 선거 열기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경쟁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의 출마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선거 연대를 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차출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대선급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는 어쩔 수 없는 기 싸움에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된 상황"이라며 "윤 당선인이 '피해자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지방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했다. 한 차례 무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만나 "민주당 측에서 신구정권 갈등 논란이 길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내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양자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새벽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을 찾아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②尹, 3.9 대선서 역대 최소 차 신승

두 번째 이유는 윤석열 당선인이 역대 최소표차 신승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는 24만7700표로 불과 0.73%p(포인트)차 신승이었다. 역대급 박빙 승부에 패한 민주당은 과거 대선에서 패한 정당들과 다르게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범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별다른 잡음 없이 선출하는 등 '문재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혁 드라이브에 방점을 찍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반면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오전 11시 취임식 후 의회 경험이 없는 '0선' 대통령이 된다.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고, 검찰에서 물러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이 된다. 이는 거대 야당(민주당)에서는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다소 잡음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민의당과의 부드러운 합당도 아직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존재감이 여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합당 숙제를 풀어야 하는 국민의힘보다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172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만 단결하면 윤석열 정부를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 협조할 유인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연합뉴스

③아무도 못 한 '脫청와대'가 가지는 상징성

탈(脫)청와대, 즉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성사 시, 역대 정부가 못한 새 정부의 그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상징성이 크다. 윤 당선인이 일요일인 지난 20일 직접 브리핑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발표에 대해 '취임덕' 등 강한 질타를 쏟는 것도 이 같은 상징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선 때부터 줄곧 강조해왔다. 소통이란 측면에서 청와대 이전은 관철해야 하는 사안이다. 탈청와대는 소통 강화를 대표하는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절대 혼밥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내고, 경제 6단체장들과 만나 핫라인 구축도 약속했다. 청와대 용산 이전은 민관합동위원회 도입을 통한 살아있는 정책 구상과 시민들과의 접점 넓히기란 측면에서 소통 대통령을 내세우는 윤 당선인의 핵심 의제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다수 의석을 갖고 있던 대통령들도 못 이뤄낸 청와대 이전을 '정치신인'이 해낸다는 의미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현하지 못한 '탈청와대'를 성공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강한 의중이 연일 감지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상징성이 강해 이를 둘러싼 여야 논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