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배경음악(BGM)이 흐른 가운데 격납고가 열리면서 세 남자가 걸어 나온다. 양쪽 남성은 군복을 입었고, 가운데 남성은 검은색 가죽재킷에 선글라스를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세 남성의 뒤로는 격납고 안에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이 파격적인 형식의 ICBM 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마블시리즈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김정은이 발사 과정에 참여한 붉은기중대 전투원, 주요 국방과학자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떠오르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통상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보도를 할 때 리춘히 아나운서가 기사를 낭독하는 가운데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미사일과 이를 흡족하게 바라보는 김정은의 영상을 내보냈다. 이번엔 리춘히가 기사를 낭독하는 것으로 영상이 시작되기는 하지만, 화려한 편집으로 차별화했다.
이 영상에서 김정은은 연기에 도전했다. 격납고 문이 열릴 때 등장한 김정은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신중히 손목시계를 본다. 이 장면이 빠르게 교차한다. 김정은이 선글라스를 벗고 어딘가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ICBM 이 서서히 앞으로 나오며 모습을 드러낸다.
ICBM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수신호를 보내는 손이 클로즈업됐다. 곧이어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화성-17형이 TEL에 실려 격납고에서 나온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길이는 세계 최장인 22~24m로 추정된다.
TEL이 발사 위치에 도착하자, 김정은은 먼 곳으로 걸어 이동한다. 침 소리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발사 명령을 내리는 모습과 버튼을 누르는 손, 깃발을 이용한 수신호가 연달아 잡힌 뒤 ICBM이 발사되는 모습이 다각도로 공개됐다.
발사가 성공하자 김정은이 박수를 치고 장창하·김정식이 환호했다. 전투원들도 얼싸안으며 기뻐한다. 영상 마지막은 김정은이 전투원들과 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비행장 활주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ICBM이 공중에서 2단 분리되는 모습과 미사일에 부착된 카메라에서 지상을 찍은 모습도 일부 담겼다. 다양한 컷 교차로 화려하게 편집했다. 조선중앙TV는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방송인 만큼, 김정은 집권 10년의 가장 큰 성과인 신형 ICBM 발사 성공을 과시하려는 영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영상이 지난 16일 공중에서 폭파돼 실패한 화성-17형 발사와 전날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ICBM 발사 영상을 교차 편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중앙TV는 화성-17형 발사 초반 모습과 식별이 불가능한 공중에서의 2단 분리 모습만 주로 비췄고 후반부는 사진으로 주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