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반려견 '곰이'와 '송강'이 문 대통령 퇴임 후 경남 양산 사저로 함께 가지 못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가 원수에게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키우던 주인이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곰이와 송강이 문 대통령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9월 18일 만찬 전에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풍산개 사진 한 쌍을 보여주며 선물하겠다고 했다. 풍산개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돼 있다. 당시 리설주는 "이 개들은 혈통 증명서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같은 달 27일 판문점을 통해 개 두 마리를 보냈고, 개들이 적응을 잘 하도록 먹이 3㎏도 함께 보냈다. 암컷 '곰이'는 2017년 3월생, 수컷 '송강'은 2017년 11월생이다.

그런데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에 곰이와 송강을 데려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곰이와 송강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가 원수에게 선물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퇴임 후 곰이와 송강은 사저로 갈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임기 중 해외 정상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동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갈 수 없다. 후임 대통령인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후 키우거나, 동물원이나 지자체 등에 분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의 이름을 공개하고 지자체에 분양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서 "석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가장 귀엽고 활발할 때"라고 했다. /청와대 제공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곰이와 송강은 문 대통령이 사저로) 가지고 가셔야 하지 않겠나"라며 "강아지는 아무리 정상이 받았다고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일반 선물하고 다르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곰이와 송강을 두고 갈 경우에 대한 질문에 "저한테 주신다면 잘 키우겠다"라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을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게) 선물 취지에 맞지 않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반려동물을 아낀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면서 경남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와 유기묘 '찡찡이'를 청와대로 데려왔고, 비슷한 시기 유기견 '토리'를 입양했다. 윤 당선인이 입양해 키우는 유기견 이름도 '토리'다.

곰이는 한국에 도착한 지 약 한 달 뒤인 2018년 11월 새끼 6마리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염원을 담아 '산, 들, 해, 강, 달, 별'이라는 이름을 짓고, 지방자치단체에 분양했다. 곰이는 지난해 7월에도 새끼 7마리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3일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 반려견 토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 당선인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토리·나래·마리·써니 등 반려견 4마리, 나비·아깽이·노랑이 등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려견·반려묘에 대해 "한남동 공관에 데려갈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토리 등과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근무시간 밖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아내 김건희씨는 과거 곰이와 송강을 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를 떠올리며 "임명장 받으러 들어갔을 때, (문 대통령과) 차담을 하는데 내 처가 (북한에서 온) 강아지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