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총력 공세를 펼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을 향해서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라며 "K-트럼프"라고 했고, 집무실 이전으로 취임 즉시 레임덕이 올 것이라며 "취임덕"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국방부 청사는 '구중궁궐(九重宮闕)'로 불리는 청와대보다 더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며 '십중궁궐'이라는 말도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분은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다"며 "이러니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위원장은 전날에도 윤 당선인에게 집무실 이전 철회를 요구하며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 이전 철회를)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결사의 자세로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제왕적 권력을 벗어난다는 취지로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말했는데, 그 자체가 제왕적 행태"라고 했다. 이어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는데, 강원·경북화재로 집을 잃으신 분들에게 집 지어주는 게 옳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전날 기획재정부 보고를 근거로 밝힌 이전 비용은 496억원이지만, 민주당은 1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설훈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 당선인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하는데, 잘못된 믿음이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불행이 온다"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에는 국방부 청사 앞에서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연 용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되어 소통이 안 돼서 옮긴다고 하는데, 국방부는 구중궁궐이 아니라 십중궁궐"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은 하지 않고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기정사실화해 발표하는 것은 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자가 저런 식으로 시작하는 건 조금 불쾌하다"고 했다. 또 당선인 신분으로 집무실을 이전할 권한이 없다면서 "취임 한 후 국회와 상의하고 국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지역 개발에 악재라는 비판도 이어가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용산 청와대 시대는 인근 재건축, 재개발 올스톱을 의미하고 강남 일부 지역 아파트 옥상에는 방공포대 설치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 일대는 대통령 이동 행렬로 상시 교통마비 지역이 될 것이고, 용산 공원도 경호를 핑계로 윤 당선인 개인정원이 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적극 반격하고 있다. 인수위 청와대이전TF 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집무실 이전 비용은 윤 당선인이 밝힌 496억원이라면서, 민주당의 '1조원' 주장에 대해 "1조원이 들 이유가 어디 있나, '광우병 (사태)'이 생각나기도 하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근거 없는 선동'이라는 취지다.
또 용산 개발에 악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용산은 군사시설 주변에 있어서 (이미) 제한을 받고 있고, 대통령 집무실이 간다고 해서 규제가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며 "이미 그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많이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재개발 지역을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일부 용산 주민이나 개발을 원하는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이전으로 생길 수 있는 건축 제한은 더 이상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충분히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쪽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나온 후부터 서울시는 용산 지역에서 진행 중인 각종 개발 사업이 건축 제한으로 인해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차원에서 검토했었다"며 "지난 토요일 인수위를 방문해 당선인과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토의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