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흥남철수작전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제독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들과 전우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8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으로부터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선DB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러니 제독 추모 메시지에서 "우리 국민에게 보내주신 경애심을 깊이 간직하고, 제독님의 이름을 국민들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영면을 기원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러니 제독은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작전 당시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구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 해군 수송부대 소속 장교였던 러니 제독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참전했다. 1950년 12월 23일 포탄이 빗발치던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동료 선원들과 힘을 합쳐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배에 태웠고, 사흘 뒤인 12월 25일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항해 중 선상에서 아기가 5명 태어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항해였다.

문 대통령은 이 일화를 소개하고, "그 이야기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와 영화 '국제시장'에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가장 인도적인 희망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맺어진 혈맹이며, 그 바탕에는 우리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있다"며 "위급한 긴급철수작전에서 많은 민간인 피난민까지 구해낸 빅토리호의 헌신적 행동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그 때 러니 제독의 상선을 타고 탈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 부모님도 그때 함께 피난 올 수 있었으니, 제 개인적으로도 깊이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며 "2017년 6월, 워싱턴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제독님을 뵌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017년 6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헌화 기념사에서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라며 "그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고 했다.

이어 "2년 후, 저는 빅토리 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니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당시 "제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항해도중 12월 24일, 미군들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며 "비록 사탕 한 알이지만 그 참혹한 전쟁통에 그 많은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 따뜻한 마음씨가 저는 늘 고마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