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구속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이었고,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이었다. 분당의 고층아파트는 수익성 문제로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처음 만나게 된 셈인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대책을 내놓았다.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재건축’이다.
◇윤석열,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규제 풀어 10만호 추가 공급 공약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의 용적률을 상향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용적률 상향을 위해서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부 구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하는 방법으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기존 30만호 규모의 1기 신도시에 10만호를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5곳은 입주 30년이 지나 업그레이드가 꼭 필요한 지역”이라며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층간 소음이 없고, 드론 택배·자율주행 인프라를 갖춘 미래형 주거지역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집주인만 득을 보고 세입자에게는 큰 혜택이 없었다”며 자금 부담 능력이 부족한 고령 가구에 재정비 기간 중 이주할 주택을 제공하고, 세입자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일반분양분 우선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가 용적률 상향을 들고 나온 것은 현재의 용적률 규제로는 아파트를 재건축하기에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에 적용된 평균 용적률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군포 205%, 중동 226%다.
국민의힘은 현재의 용적률에 3종 일반주거지역 상한 용적률 300%를 적용할 경우 일산은 기존 6만9000호에서 12만호로 5만1000호, 분당은 기존 9만7600호에서 15만9000호로 8만1700호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거지역 일부를 종 상향해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업무지역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정체돼 있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자택인 분당 수내동 아파트단지 용적률은 215%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용적률 상한선을 200%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의 아파트는 현재는 수익성이 없어 재건축이 어렵지만 용적률이 높아지면 가능해질 수 있다.
◇2009년 리모델링 세미나, 이재명·유동규·김문기·김병욱·이한주 등 참석
1기 신도시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달리 처음부터 고층아파트로 지어졌다는 점 때문에 용적률 문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08년 분당 정자동 한솔5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았고, 2010년부터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유 본부장은 이 후보가 2009년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하자 도왔고, 당선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임명됐고, 사장 직무대행도 맡았다.
이 후보는 2009년 8월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세미나’에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유 전 본부장과 김병욱 민주당 의원,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등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도 참석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10년 3월 한솔5단지 조합원 설명회에 참석해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리모델링 지원조례’의 제정과 ‘지원기금’의 설치를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와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5월 당시 리모델링 법안(주택법개정안)을 발의한 조정식 민주당 의원에게 법안 찬성 주민 서명을 전달하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당시 지역 언론은 “이재명 변호사가 리모델링 법안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08년 조합장으로 추진했던 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13년이 지난 현재도 시작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인 2010년 9월 분당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러다 올해 2월에야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후임 조합장이 수평 증축 방식으로 계획을 축소했다. 이 방법으로 1156가구에서 1271가구로 115가구를 늘릴 계획이지만, 재건축과 비교해 분담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