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문 대통령의 미담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학창시절에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를 마친 뒤 표형민 맑은소리 하모니카 앙상블 대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현장을 방문해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학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장애학생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다. 정식 개교 후에는 제과·제빵 분야는 물론 스마트농업·반려동물 관리 등 미래 유망분야에 장애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한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한 장애 학생이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많은 생각을 했다"며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잘 알려진 제 남편의 일화가 있다"며 미담을 꺼냈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서 소풍을 간 일"이라며 "쉬면서 가다 보니까 소풍이 끝난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저는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장애인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세상을 위해 많은 분이 부단히 노력해왔다"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함께 가려면 느리게 가라'는 말이 있다. 오늘 첫 삽을 뜨는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가 학생들에게 여러 갈래의 길을 내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왼쪽부터), 이화영 공주대 특수교육과 학생,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공식에 참석한 뒤 학부모,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는 "지난 2020년 서울의 장애학생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개교 준비 당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일이 있다"며 "정부는 그 이후 국립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학교 설립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고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문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참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직업은 자립의 토대이자 사회 속으로 나아가는 기반이다. 질 좋고 다양한 특수학교가 더 많이 설립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서진학교 개교 당시 지역사회 갈등을 염두에 둔 듯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부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기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너른 마음을 갖고 우리 아이의 일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시삽을 마친 뒤 반가움을 표시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평화'를 쓰다듬고 있다.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간담회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척수 장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시각장애가 있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이 참석해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었다.

유 부총리는 "서진학교 개교까지의 과정을 영화로 보며 눈물이 났다"며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학교 측과 적극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서진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주위에서는 특수학교 보내는 것이 서울대 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저에게 '로또 맞았다'고 한다. 이게 특수교육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커피를 내리는 일이 재미 있어서 후배들에게 권하고 있다"며 "특수학교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소질을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험담을 말했다.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B학생도 "저는 국제수화통역 자격을 취득해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철 충남교육감,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박솔이 공주대학교 특수교육과 학생,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이화영 공주대학교 특수교육과 학생, 원성수 공주대학교 총장, 김정섭 공주시장.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국내 첫 국립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올해 수많은 현장 행사에 참석했는데 연말에 가장 따뜻하고 훈훈한 자리에 오게 됐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평생교육을 받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헌법적인 권리다. 당국과 국회가 많이 뒷받침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는 무릎을 굽혀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