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9일 한일 간 현안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원죄가 어디 있는지는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시지 않느냐”며 “일본이 좀 더 전향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원죄’라는 지난 국정감사 때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원죄가 있다는 표현은 상당히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사상 유례 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 유린이고,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이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피해를 준 당사국도 우리와 같은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는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위안부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위안부 합의 및 화해·치유재단 잔여기금 문제 해결과 관련해 “화해·치유재단에서 활용하고 남은 기금, 우리 정부가 별도로 조성한 양성평등기금을 어떻게 한일이 합의해 쓸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끝까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갖고 일본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며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일본은 2015년 12월 한국 정부와 타결한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했다. 이 가운데 합의 시점 기준으로 생존 피해자 총 47명 중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중 58명에게 ‘치유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이 지급됐고 잔여기금 56억원가량이 남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재단을 해산하고 정부 예산으로 103억원을 편성해 양성평등기금에 출연했다. 재단 잔여기금 등의 처리 방향을 놓고 일본과 협의 중이다.
정 장관은 일본이 전날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선정한 것을 두고는 “일본이 2015년 근대산업시설 등재 이후 (강제징용 설명)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강제노역 피해 발생 시설을 또 등재하려는 것은 우리 정부도 이러한 일본 내 움직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서는 국민 건강 보호를 언급하며 양자 차원에서도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국민의 건강,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고 일본 측에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도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아직 일본이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절차뿐만 아니라 한일 양자적으로,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