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 긴밀하게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긴밀한 협력’ 발언에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과 정 회장 외에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 6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했다. 또 “(간담회에 참석한) 6대 기업은 앞으로 3년간 청년일자리 18만여 개를 창출하고, 교육훈련과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진 환담에서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코로나19 백신)는 독감 백신과 같은 합성 항원 방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만 나면 바로 출시해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바백스 백신은 콜드체인(저온 유통) 업이 유통될 수 있고, 보관 기간이 길어 장점이 많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하는 백신 출시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 회장은 “현재 (임상) 3상 중으로, 3상을 마치면 전 세계 승인을 거쳐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가능한 빠른 기간 내 상용화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에게는 “현대차의 전기차가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다수 수상한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많이 구매해줬고, 그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외국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기술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광모 회장에게는 “LG의 올레드TV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황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구 회장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TV 구매가 늘어 실적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수입처 다변화가 중요하다”며 “호주와 핵심광물 양해각서(MOU)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포스코에 대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한지 묻자, 최정우 회장은 “2028년 데모플랜트를 거쳐, 2040년 정도에는 본격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구현모 KT 대표에게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6G에 대해 물었다. 문 대통령이 6G 연구·개발(R&D)에 대해 묻자, 구 대표는 해외와 국내 연구 현황과 상용화 관련 통신장비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통신과 백신은 비슷한 면이 있어 선제적으로 투자해 놓아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6G도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백신과 반도체 산업은 불확실성이 큰 분야이고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한다”며 “따라가기 위해 더 안전망을 갖추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인력 양성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신생아가 40만명 이하이고, 중국은 대졸자가 500만명이 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탐내는 좋은 인재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언급하며 ‘인력 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인재는 기업의 가장 확실한 투자처”라며 “삼성은 ‘인재 제일’이라는 창업주의 뜻을 이어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삼성인’을 배출해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 지난 8월 가석방된 후 처음으로 만났지만,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여서 경영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 부회장을 초청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현재 이재용씨는 무보수, 미등기 이사라는 꼼수로 오히려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며, 초법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그런 이씨를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공식 초청한 것은 대통령이 나서서 취업제한 조치 무력화를 공인해준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