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0일 '보유세 동결'을 위해 2021년 공시가격으로 2022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종부세법 등에 정해둔 '과세표준'의 정의와 충돌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종부세법은 과세표준(과표)을 납세의무자별로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에서 출발해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세부담상한비율을 조정하는 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에 대한 세액과 유사한 보유세를 내도록 할 수는 있으나, 이 역시도 청와대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 과세표준 기준 공시가격... 매년 1월 1일이 기준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2021년 공시가격을 2022년 보유세 산정에 적용하는가'라는 물음에 "배제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 "그런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복지 수급 탈락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정책위의장의 말 대로 '올해 공시가격으로 내년 보유세를 결정하는' 방식은 실현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종부세 등의 과세표준은 '당해년도'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종부세법이 과세표준을 "납세의무자별로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출발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라 매년 1월 1일이 기준으로 결정된다. 2022년 보유세는 2022년 1월 1월 기준 주택 공시가격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는 셈이다.
결국 '지난해'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후보도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 듯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서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을 유예·재조정하여 세 부담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도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현실을 고려해 세 부담 상한 비율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文정부, 매년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해와... 이재명식 '조정' 수용할까
이 후보가 제시한 방법의 효과가 나오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제법 많이 거쳐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상한비율 조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대통령령인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85%를 시작으로 올해 95%까지 매년 5%씩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해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지속적인 상향을 '조세정의 실현'이라고 포장한 것은 다름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다. 결국 이 후보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기재부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도 설득해야 한다.
실제로 김현미 전 장관이 이끌었던 당시 국토부는 이 정책을 도입하면서 "조세 제도와 행정 측면에서 조세정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퇴로 찾기가 쉽지 않은 명분인 셈이다. 청와대나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각을 세우는 '정치적 카드'로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이밖에 세부담상한비율 조정은 법 개정 사안으로, 당이 정책 기조를 뒤집고 '부동산 감세'에 나선다는 핵심 지지층의 비난을 돌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민주당은 보유세 완화 '묘수' 찾기 마감시한을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나오는 내년 봄으로 미뤘다. 박 정책위의장은 "조만간 발표할 표준주택(공시)가격을 갖고 전체를 추론하기에는 이르고, 공동주택(공시)가격이 나오는 2월 중순이 되면 어느 정도 흐름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그 때가 되면 구체적 안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년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9일이다. 내년 대선쯤 민주당식 '보유세 동결' 윤곽이 보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한 야당의 경제통 의원은 "현행 종부세법을 그대로 놔두면서 보유세를 한시적으로 1년 유예한다는 게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선심 쓰는 것처럼 사기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