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1일 '대입 추첨제'가 더 공정할 수 있다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언급하며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샌델 교수와 화상 대담에서 "대한민국에서 누군가는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저발전 상태 지방에서 태어난다. 각자가 능력을 개발해도 최종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회사에 취직할 때 과연 동등하게 기회를 누렸다고 할 수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샌델 교수가 쓴 책 내용 중에 차라리 (대학입학) 추첨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라는 지적이 있다"며 "저도 사실 그 점에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한 학벌이 좋은 엘리트 계층들은 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들에게 '내가 노력해서 입학했고 성공했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미국의 현재 정치 상황에서 포퓰리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이라고 한 데 대한 공감 속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결국 힘든 곳을 더 많이 배려한다, 더 짧은 곳은 더 길게 지원해준다고 하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며 "개인적 영역에서는 경쟁 자체가 무한하게 단일 기준에서 일어나지만, 정치는 자원을 재분배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쟁의 룰에서 형식적 공정이 아니라 실질적 공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배려를 하는 게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 기성세대는 많은 기회 속에서 기회를 누리며 살았기 때문에 관대해질 수 있었는데, 즉 정의에 대한 공감도가 매우 높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회가 적으니까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세대는)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불공정에 대해 더 많이 분노해서 오로지 시험으로 본 최종 결과만으로 결과를 내야지 왜 소수나 약자들을 배려하느냐는 생각까지 빠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SKY캐슬'과 '오징어게임'도 화제에 올랐다. 샌델 교수는 두 드라마를 봤다면서, "능력주의에 대한 엄청난 결함, 그리고 그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도 "SKY캐슬이라는 작품은 입시제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결국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는 게 사실 통계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며 "능력주의라는 게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게 학력주의다. 교수님이 걱정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 자체가 이미 불평등이 내재돼 있다'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매우 적합한 지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