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양강으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덮치락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이 전부는 아니다. 이른바 ‘제3지대’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세 번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네 번째 대선 출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도 대선 참여 선언 후 신당 ‘새로운 물결’ 창당을 앞두고 있다. 역대 대선은 대부분 5%포인트 이하의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제3지대 후보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두드러지는 건 바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의 인기다. 허경영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부양’과 ‘외계인과의 교신’ 주장 등 허 후보의 허무맹랑한 행태에 따라 정치혐오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지율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허 후보의 선전은 과연 여당에 유리할까 야당에 유리할까.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에서 도시철도에 탑승하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경영,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재명 이어 3위 하기도

허경영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지지율을 얻고 있다. OBS가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해 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8.1%,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3.7%의 지지율을 기록, 오차범위 밖에서 윤 후보가 우세했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3.8%, 국가혁명당 허경영 3.3%, 국민의당 안철수 3.1% 순으로 허 후보가 안 후보를 앞질렀다. 허 후보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은 여론조사 업체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의 차기 대선 주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었다. 5자 가상 대결에서 허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45.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37.2%)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4.7%였다. 그 뒤로 정의당 심상정(3.5%), 국민의당 안철수(2.3%) 순이었다.

이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허경영의 TV토론회 출연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TV 토론 초청 대상은 4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 지지율이 오른다면 그까지 포함한 ‘5인 TV 토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대선 TV 토론 초청 대상 기준을 ‘의원을 5인 이상 가진 정당 후보자’ ‘직전 대선 득표율 또는 총선 정당 득표율 3% 이상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자’ 중 한 가지를 충족한 후보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포퓰리즘 강한 허경영 부상 야당에는 호재”

야당에선 이런 허 후보의 부상을 내심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허 후보의 득세는 국민의힘에 단연코 유리한 현상”이라고 최근 사석에서 말했다. 그가 단언한 이유는 다름 아닌 포퓰리즘성 정책 때문이다. 윤 후보의 경쟁 상대인 이 후보는 포퓰리스트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은 정책들을 많이 성공 시켜 인정받았다”면서 “앞으로도 그냥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서 2018년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도 “나는 포퓰리스트다. 국민을 대리하는 게 정치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 이런 부분에서 허 후보와도 결이 닿는다. 허 후보가 발표한 33가지 ‘혁명 공약’은 대부분 황당무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8세 이상 국민에게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1억원, 국민배당금 매월 150만원을 비롯해, 결혼 수당 1억원, 출산 수당 5000만원, 전업주부 수당 월 100만원, 노인 수당 월 70만원, 가족 사망 시 1000만원 등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많다. 그는 최근 주요 일간지 지면에 광고를 내고 이런 공약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허 후보는 직접 이 후보의 공약과 자신의 공약을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허 후보는 KBS 라디오에서 “저는 18세부터 국민 배당금만 월 150만원씩 준다”며 “이 후보는 기껏해야 월 8만원, 1년에 100만원 정도 보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아버지가 모든 걸 바쳐서 자기를 키워줬는데 8만원 줘놓고 기본 생활비 줬다? 이런 불효자식이 어디 있나”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연 100만원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한 달에 8만원 정도다. 허 후보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허경영 원조 맛집이 소문이 많이 났다. 짝퉁 공약들이 난무한다”며 “원조 맛집 레시피는 못 따라온다”고 하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금 유력 후보들이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바 ‘허경영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며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간 가볍게 인식됐던 허 후보 공약이 어쩌면 타당했던 것 아니냐는 인식이 맞물려 지지율에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포퓰리스트적인 정책이 난무할 수록 허경영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