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했다. 검찰이 ‘그분’을 뺀 ‘꼬리자르기’ 수사를 해 참극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감염병 대응 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지난 9월 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라고 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대표는 “옵티머스 의혹 때도 모 대선주자의 최측근이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돌아가신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이번 대장동 의혹 때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옵티머스의 ‘복합기 임대료 지원’ 의혹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민주당 당시 이낙연 대표실 부실장도 검찰 수사 중 숨진 채 발견된 일을 거론한 것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꼬리자르기 수사가 낳은 참극”이라며 “특검 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유씨는 유동규에 이어 성남도시개발공사 2인자로불리던 사람”이라며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사장 중도 사퇴 강요 의혹과 대장동 게이트 로비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무성 사장 중도 사퇴는 유동규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장악한 후 대장동 사업을 ‘그분’ 마음대로 설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유 전 본부장과 황무성 전 사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2015년 2월 6일에 녹음된 이 대화는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 집무실을 찾아가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내용이다. 유 전 본부장은 “사장님이나 저나 뭔 빽(배경)이 있나. 유동규가 앉혀놓은 것 아닌가”며 “(정 실장이) 두 마디 합니다. 여태 그걸 아직도, 솔직히 사장이 너무 순진하다”고 답답해 했다. 또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닌가 대신 시장님 얘기다. 왜 그렇게 모르시나”라고 압박했다.

또 이 수석대변인은 “어제(9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직권남용’을 쏙 빼고, ‘뇌물죄’만 넣었다”며 “권력 눈치를 보며 미적거린 검찰의 장기 수사와 이제 와서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자르기’가 이런 안타까운 상황의 진짜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능력과 의지를 상실한 수사팀은 스스로 특검을 자청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0월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연합뉴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고인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대장동 ‘그분’은 놓아둔 채 꼬리자르기를 한 수사, 주연은 못 본 척하고 조연들만 죄를 묻는 주객전도의 부실수사가 문제였을 뿐”이라며 “남은 사람들이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몸통’이 성남시장을 지낸 이 후보라고 주장해왔다.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이 후보 연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특검 도입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