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여야가 고등학교 3학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일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여야가 내세운 고3 학생들이 강조한 정치적 쟁점도 그만큼 다르다. 민주당의 ‘고3′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국민의힘의 ‘고3′은 “어제가 아닌 내일”을 이야기했다.

11월 28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광주여고 3학년 남진희(18) 양이 이재명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진희양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선 이재명 대선 후보를 소개한 인물이 주목을 받았다. 올해 만 18세, 광주여고 3학년인 남진희양이 이 후보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광주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남양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에 청소년, 청년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뚜렷한 철학과 비전이 있고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이 후보를 소개했다.

남양은 행사가 끝날 때쯤 이 후보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80년 5월 광주시민과 차디찬 광장에서 ‘이게 나라냐’를 외친 촛불시민은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4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깨어있는 조직된 시민에게 제3기 민주정부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나라, 다시 성장해 청년들이 싸우지 않고 경쟁할 수 있는 나라, 합리적인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인천국제고 3학년 김민규군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민규군 “반대 진영을 수구와 적폐로 모는 구태정치 단호히 끊어내자”

국민의힘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KSPO)돔에서 개최한 선대위 출범식에는 인천국제고 3학년 김민규(18)군이 깜짝 등장했다.

김군은 연설에서 “어제가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실정을 잘 알고 있지만, 어제의 잘못된 세력을 비판하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더 몰두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군은 “야당 탓, 국민 탓, 전 정부 탓을 지난 5년간 수도 없이 봐 왔다. 우리는 달라야만 한다”며 “우리는 반대 진영을 모두 수구와 적폐로 모는 구태 정치를 단호히 끊어내는 새로움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군은 “저에겐 꿈이 있다”며 “권력보단 국민 사랑을, 대통령직 트로피보단 공정, 상식이란 철학을 먼저 하는 대통령이 제가 처음으로 투표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선대위 출범식 직전 봉합된 선대위 인선 갈등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의 발자취는 항상 불협화음”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이겨온 방식이고 우리는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7일 첫 선대위 회의에서 김군과 백지원(27)씨의 연설에 대해 “두 분의 연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 청년들이 이렇게 똑똑한 줄 연설을 듣고 알게 됐다”며 “제가 다음에 가서 연설을 하려고 하니 조금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을 국정의 동반자로 선언하기를 정말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1월 28일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광주여고 3학년인 남진희 공동선대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김민규군에 “경쟁할 기회 제공” 이재명 “남진희양, 청소년 활동가”

고3 학생의 연설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이탄희 의원은 7일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김군의 연설 영상을 올리며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 “김민규 당원, 꼭 언젠가는 후보 연설문을 쓰고 후보 지지 연설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젠더 갈라치기를 넘어 이제는 고3도 ‘우리 고3′과 ‘민주당 고3′으로 나뉘는 것이냐”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DNA가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정치를 게임 취급하는 정치인은 절대로 눈 맑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보며 그런 믿음을 얻었다”고 썼다.

이 대표는 “정말 멋졌던 연설 영상을 올리면서 우리 고3 당원 기 살려주는 게 왜 갈라치기냐”며 “자신 있으면 이탄희 의원님이 민주당 고3 선대위원장 연설을 올려서 홍보하시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의원은 “기 살리기 위해 해준다는 말이 왜 하필 ‘너는 우월하다’였을까 라며 “대부분의 정치인이라면 공존하는 세상,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우리는 참여하고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고 민주당은 그냥 자리를 주는 방식”이라며 “어떤 방법을 젊은 세대가 선호하고 공정하다 여기는지 붙어보자”고 했다. 김군은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에 참가해 8강까지 올랐다. 남양은 광주여고 학생회장, 광주 고등학교 학생의회 의장 출신으로, 이 후보는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확장을 위해 애써온 청소년 활동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나는 국대다' 출판기념회에서 사인받은 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8강 진출자, 이 대표, 신인규 상근부대변인, 김연주 상근부대변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