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중소기업 제품 제값 받기'를 포함하겠다"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담합) 확대를 허용을 하는 내용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담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공정거래법에서 담합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얘기"라며 "담합이라고 표현되는 중소기업들의 공동행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 SKV1 아쿠아픽 센터에서 중소ㆍ벤처기업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소·벤처기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하도급·위수탁 거래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공동사업행위 허용범위를 확대하겠다"며 "그 실현 방안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챙기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지난 6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하도급·위수탁 거래에 한정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중소기업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에도 '중기조합이 수행하는 공동사업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른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나 가격 인상, 생산량 조절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제한하고 있다.

당시 우 의원은 중기중앙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인상 등은 담합으로 제한돼 제도 실효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며 "협동조합을 통해 가격인상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 제값받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개정안대로 중소기업의 가격 담합 등을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판매가격을 협의·결정할 경우 소비자의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고,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에 나설 유인을 떨어뜨려 정상적인 가격 인하 노력까지 막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과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관련 질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두 법이 충돌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두 법을 동시에 개정하면 된다"고 했다.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함께 개정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신법 우선의 원칙'을 언급하며 "새로 법을 만들면 그 법에 저촉되는, 그 이전에 만든 법은 그 범위 내에서 실효(失效)된다"며 "국회의 입법적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 그 전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의 관련 조항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담합이 빈번한 만큼, 이재명 후보 공약처럼 일률적 허용은 오히려 불공정 행위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공정위는 이날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자동차 부품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과 투찰가격을 정하는 등 담합을 한 납품업체 8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 1차 협력 업체인 이들 8개사는 공정위로부터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이 담합하지 않은 입찰의 경우 낙찰가격은 발주처 예정가보다 평균 1kg당 200~300원 정도 낮았다"고 했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의 경우 낙찰가가 예정가보다 더 높았다는 것인데, 부품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 판매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바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공정위가 담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중소기업 담합 허용이 시장경제의 질서를 확립하고 있는 근간인 공정거래법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당국인 공정위도 이같은 이유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원회가 담합 부분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정부 간 이견 해소를 통해 야당과 충분한 논의 후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 보완장치로 (이 개정안을) 관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