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불난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정책을 ‘우클릭’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이 이반하며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양도세를 강화했다가 종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이제는 다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뿌옇게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10%→20% 상향 없던 일로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으로 내놓은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 방안’ 법안은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이 관련 내용을 더 논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사업용 토지란 토지의 지목(종류)별로 양도자가 토지를 보유하는 기간 중 일정 기간 토지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토지다. 대표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 않은 토지나 건물이 없는 나대지 등이 해당된다. 이 법안은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반영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 발의했다.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10%에서 20%로 상향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시행에 대비해 토지 보유자에게 처분을 권고하는 등의 대비를 했다. 심지어 일부 비사업용 토지 보유자들은 소유 토지를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기 위해 인근 건물의 부설 주차장까지 건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면밀한 검토 없이 ‘보여주기용 부동산 대책’을 급하게 내놓고, 다시 선거를 의식해 정책을 철회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부세 폭탄’으로 민심 악화…1주택자 이어 다주택자도 양도세 완화 검토

지난달 ’국민의 98%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쏘아 올린 종부세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납부액도 덩달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했지만, 올해 전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민주당은 국민들의 부동산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달 30일 여야 합의로 1주택자의 양도세 기준을 현재의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또 민주당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도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인하를 당 차원에서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입장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했다.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크게 올려 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유도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많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부담에 보유 주택을 팔기 꺼려하는 상황이다. ‘양도세 폭탄을 맞느니 차라리 자녀에게 상속·증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502건(지난 2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5796건)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며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일시 인하하는 방안이나 이런 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며 “다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가지고 있어도 부담,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민주당 정책 선회에 반발…“정책신뢰도 훼손 우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와 관련해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관련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조치가 정부 내 논의된 바 전혀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지속되고 매물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할 경우 입법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매물 회수 등으로 다시 부동산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반복적인 중과 유예에 따른 정책신뢰도 훼손, 무주택·1주택자 박탈감 야기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민주당이 여론 상황을 보고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돼 당정 갈등이 재점화 될 가능성 높다. 지난달 29일 대선 100일을 앞두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권교체 여론이 53.6%로 정권연장 여론 36.1%보다 20% 가까이 높았다. 특히 내년 대선에 유권자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33.2%로 1위였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에 너무 높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 퇴로가 막힌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정책이 이성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데 선거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결국 한시적으로 팔 기회를 줄 테니 빨리 처분하라는 것인데, 현금을 많이 보유한 일부 사람 외에 국민 대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