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합니다'는 최고의 (대선) 슬로건이다."
(정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메시지 총괄, 11월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대표 대선 공약을 잇달아 후퇴하거나 취소하면서 자신의 대선 슬로건인 '이재명이 합니다'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음식점 허가총량제' '주4일제 근무' 등 여론이 불리해지면 '말 바꾸기'로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던 국토보유세 철회까지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책 패러다임인 분배에서 벗어나 '경제대통령'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선 100일을 앞두고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책은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기업형 메이커 스페이스 'N15'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보유세 철회 언급은 대표 공약 기본소득 폐기 시사?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채널A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9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기 때문에 사실 (국토보유세는) 세금정책이라기보다 분배 정책에 가깝다"면서도 "다만 이것에 대해 불신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가 부동산 투기와 경제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현 세법에 없는 새로운 세금이다.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의 '기본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주택 역시 국토보유세를 재원으로 한다.

이 후보 측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통해 국토보유세를 추계한 결과, 세수는 매년 30조원 규모다. 하지만 '재정원칙'과 맞지 않고 '사유재산 침해로 위헌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 후보가 결국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실상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국민 1인당 100만원 청년에 200만원씩을 나눠주는 한 해 50조원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7월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다른 후보들에게 '기본소득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을 지속해서 받자 다시 말을 바꾼 적도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아직 공약발표를 하나도 한 게 없어서 기본소득이 1번이라 할 수가 없다"고 한 바 있다. 기본소득을 위한 필수 재원인 국토보유세를 실제로 포기하면 이 후보의 공약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경제책사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은 국토보유세 외에도 탄소세나 기존 예산을 절약하는 등 다른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다만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나 국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은 (이 후보의) 일관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득세는 높지만 보유세는 낮은 게 중국식이고, 취득세는 낮지만 보유세가 높은 게 미국 등 선진국의 제도다. 앞으로 미국식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인터뷰 중 한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0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상점에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이은 주요 공약 철회 시사

이 후보의 공약 철회 시사는 국토보유세가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앞서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해 강력히 주장하던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여론이 악화하자 포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30만~50만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6차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도 이 후보에 맞춰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전국민 일상회복 지원금' 등 두 차례나 문패까지 갈며 20만~25만원의 내년 1월 지급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놓고 '매표행위'라고 반발한 가운데 정부마저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압박했지만 기재부가 꿈쩍하지 않자 이 후보가 결국 물러섰다.

이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월 한 지역에서 개업할 수 있는 음식점의 총량을 제한하는 목적의 이른바 '음식점 허가총량제'와 주5일 근무에서 하루를 빼는 '주4일제 근무' 역시 마치 공약처럼 발언했다가 자유시장 경제논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커지자 "과도한 비판"이라면서도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물러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방 수장고'를 찾아 조각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與 "유연한 대선 후보" vs 野 "손바닥 뒤집듯 하는 대통령은 자격 미달"

여당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 후보의 유연성과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7인회' 멤버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입장 변화에 "역시 이재명답다"며 "철학과 원칙은 분명하지만,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현실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한다. 오직 국민을 위한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썼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 후보의 정책 뒤집기를 두고 비판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대통령이 될 사람이 주변 공약도 아닌 사실상 1호 공약 포기를 손쉽게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건 애초 철학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 이 후보가 4년 전부터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대선 백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었다. 대체 이 후보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국정조사 겁박을 곁들인 재난지원금도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갑자기 없던 일로 돌렸다. 토지 정의라 외친 국토보유세 또한 반대하면 안 하겠다니 그럼 후보는 악성 언론 부패정치 세력과 손잡겠다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후보가 자신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도층에게 '유연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개선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은) 한 번 결정하면 안 돌아선다. 이 때문에 두렵다, 또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