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제20대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중요한 공약들도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각종 행사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주요 이슈에 대한 공약을 밝혔다. 조선비즈는 28일 현재까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을 중심으로 주요 공약을 비교해봤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새로운 물결' 창당을 앞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특색 있는 공약도 살펴봤다.
①부동산세, 李 국토보유세 신설로 보유세 강화 vs 尹 '폭탄' 종부세 전면 재검토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문제다. 이 후보는 전체 인구 10%에 해당하는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증세하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했다. 반면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의 공약은 보유세 확대론에 가깝다. 국토보유세 신설은 토지공개념 실현, 부동산 투기 차단, 소득 양극화 완화 등이 목적이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0.17%에 불과한 '실효 보유세'를 1% 선까지 점차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데, 종부세와는 달리 건물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고가주택이라도 토지를 제외한 건물은 국토보유세 대상에서 빠진다. 국토보유세는 같은 1주택자라도 공동주택 등 토지 면적이 적은 사람이 부담하는 세액은 줄어드는 구조다. 다만, 이 후보는 토지분 종부세나 재산세가 국토보유세와 이중과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존 종부세 등도 유지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윤 후보는 "국민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 정부가 보유세를 고가 부동산 또는 다주택 소유 행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우선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낮춰 보유세가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또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윤 후보는 "내년 이맘때에는 국민 여러분께서 더 이상 '종부세 폭탄'을 맞을까봐 걱정 안 하셔도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현재 국세로 걷혀 지방교부금 형태로 지자체에 배분되는 종부세가 사라질 경우 지방재정이 열악해진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②부동산 공급, 李 공공주도 기본주택 vs 尹 민간주도 공급 확대
문재인 정부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이번 대선의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공공주도의 기본주택 도입을 공약했다. 반면, 윤 후보는 민간주도의 부동산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임기 중 주택 250만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방법론에서는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이 후보의 구상은 공공 주도하에 임대형식의 '기본주택'을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말하는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말한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임기 내에 기본주택을 100만호 이상 공급할 것"이라며 "역세권의 10억원 정도 하는 (30평대) 넓은 아파트를 월 60만원 정도에 원하는 동안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밝힌 바 있다. 250만호 중 100만호가 기본주택이 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17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기본주택과 관련된 4개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윤 후보는 공급 확대 해법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기본 바탕이다. 전국 250만호 가운데 수도권에 130만호 신규 주택 공급을 약속한 윤 후보는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이는 구상도 갖고 있다. 아울러 윤 후보가 30만 채 공급을 약속한 '청년 원가주택'은 건설원가로 분양가의 20%를 내고 80%는 장기 저리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청년층이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되팔면 매매차익의 70%까지 돌려주는 정책이다. 그는 "양질 청년 원가주택을 매년 6만 호, 5년 동안 30만 호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③에너지, 李 신재생 중심 vs 尹 탈원전 폐기
에너지 분야도 쟁점이다. 이 후보는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한다. 그는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대전환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국 어디서나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에너지 자립과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지방의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햇빛연금·바람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사람이 모일 것"이라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시스템이 농촌과 지방의 소멸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부흥의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폐기를 주장한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축으로 삼겠다"며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탄소중립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적 전환에 대비하면서도 저탄소를 지향할 방법은 원자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의 중요성 또한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④기후위기 대응, 李 온실가스 감축 목표 높일 것 vs 尹 기업 부담 커 세부사항 조정해야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두 후보는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를 넘어, 50%로 감축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NDC를 달성하려면 약 362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돼야 한다"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세부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도 동참해야 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는 준수돼야 한다"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실천 가능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각 부문별로 감축량을 산출하면서 관련 산업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으므로, NDC 준수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⑤경제산업 정책, 전환적 공정 성장 vs 양질의 일자리 창출
경제산업 정책의 경우 이 후보는 '전환적 성장'과 '공정 성장'을 들고 나왔다. 이는 이 후보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한 언론사 행사에서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탈탄소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성장의 토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전환적 성장"이라고 했다. 또 이 후보는 '공정 성장'에 대해서는 "사회의 자원과 기회가 양극화로 인한 비효율성으로 격차가 심화하고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면서 "공정한 룰을 만들고 격차를 해소해 양극화를 완화하는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아직 눈에 띄는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으며 고용주도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 윤 후보는 "모든 정책 목표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맞춰 산업, 교육, 노동, 복지 등 제반 경제 사회 정책을 통합할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유연한 일자리 시스템을 도입해 전일제와 시간제를 골라 취업할 수 있고, 국제협력을 통한 해외 일자리에도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⑥노동정책, 노동 존중 vs 합리적 노사관계
두 후보는 노동정책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공정성장을 위한 길목에서 '노동존중'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과 경제도 성장하고, 노동자의 삶도 개선되며 노동안전성이 보장되고, 노동에 대한 보상과 처우도 개선되는 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타임오프제 실시 등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오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신속히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노동자가 수많은 이사 중에 한두 명 참여하는 게 무슨 경영에 문제가 되나"라며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공기관의 공적 기능에 도움이 된다. 경영진으로부터 오는 정보보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공공기관의 새 발전 계기로 작동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대위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해주시면 좋겠다.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재계는 긴장한다. 우선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한정해 언급했지만, 다음 순번은 민간기업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4개 단체는 지난 25일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국내의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 의무화로 이사회가 노사교섭과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반면, 윤 후보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는 한국노총이 지난 24일 연 20대 대선정책토론회 자료집에 담긴 축사에서 "정부나 기업, 노조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은 사회적 합의 시대"라고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연금개혁, 공무원개혁 등 제3지대 후보들 공약도 주목
'제3지대' 대선 후보들도 양강 후보들이 제시하지 않거나 표심을 의식해 외면하고 있는 특색 있는 공약들로 주목을 받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최근 논평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를 외면하는 양강 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은)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언급했고 윤 후보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반대의 뜻을 냈다. 심 후보는 지난 9일 두 후보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 다음에 하시려거든, 대통령도 다음에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연금개혁을 꺼내 들었다. 안 후보는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1990년생 청년세대부터는 평생 연금을 납입해도 노후에는 지급할 돈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동일연금제 추진과 공적연금 단일체제 개편 등을 공약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2039년부터 적자 전환하고, 2055년 완전소진이 예고돼 있다. 현재 32세 청년이 65세가 되면 연금 내줄 돈이 사라진다는 아찔한 전망이다.
'새로운 물결' 창당을 앞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5급 행정고시·공무원 정년 폐지 등 공무원 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무원 직급을 현행 9등급에서 6등급으로 단순화하고,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분리, 관리직 정년을 폐지하는 등 인사 시스템을 대폭 개편해 '공무원 순혈주의'를 깨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구상이다. 그는 "저는 34년 동안 공직에 몸담았고 누구보다 공직 사회의 급소를 꿰뚫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패 기득권 카르텔로, 대장동 게이트라는 괴물까지 만들었다. 공무원 '철밥통'을 깨고 유연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