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진보당(통합진보당의 후신) 대선 후보가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모녀 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카 변호를 사과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여성과 모친을 칼로 37회 찔러 살해한 행위를 ‘데이트폭력’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고 나세균 씨 영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후보를 향해 “(이 후보의 조카는) 마트에서 33㎝ 부엌칼과 투명 테이프 5개를 구매한 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여성과 그의 모친의 손을 테이프로 묶고 칼로 37회 찔러 살해한 행위를 ‘데이트폭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이어 “제 일가(一家) 중 한 사람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이 후보 발언에 대해선 “살인범에 대해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던 변호인이 15년 만에 내놓은 발언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유엔이 정한 ‘여성폭력추방의 날’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라면, 더욱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살인과 폭력에 ‘데이트폭력’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땐 피할 수 없었다, 내게도 아픈 과거다라고 변명하는 태도로는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로할 수 없다”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당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빈소를 조문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는 "역사와 진실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4일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라면서 “여성과 사회적 약자, 나아가 모든 국민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 일가 중 한 사람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다.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후보가 말한 ‘제 일가 중 한 사람의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 사건’을 말한다. 이 후보 조카 김모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옛 여자 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옛 여자친구 부친도 사건 당시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 가해자인 조카의 1·2심 재판 변호를 맡았다. 김씨는 2007년 2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당시 조카를 변호하며 ‘충동 조절 능력 저하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