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는 2000cc 쏘나타 중형차에 부과되는 정도의 세금이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종부세는) 세계가 부러워할 자랑스런 'K-세금', 노무현의 꿈이 완성되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더불어민주당이 '세금 폭탄' 논란을 사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관련, 국민 정서와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을 이어가며 가뜩이나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송영길 대표에 이어, 윤호중 원내대표가 종부세에 대해"고지서를 받은 상위 1.8%에 대한 정밀타격"이라고 하면서 세금 폭탄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구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올해 종부세 납부자(94만7000명)가 작년대비 40% 이상 늘어나 들끓는 종부세 민심의 역풍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종부세 폐지"를 언급한 것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너, 나할 것 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4월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종부세 기준 상향을 두고 일부 논란이 있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들은 야당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발언을 삼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종부세 폐지를 환영할 지역구 민심을 챙기자니 당론에서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박주민·정일영·전혜숙·이수진·남인순 등 與 의원들 '조용'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인 11억원을 초과하는 가구수는 27만7074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9억원 초과 가구 수(28만1033가구)와 불과 3959가구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 취지로 과세기준을 12년 만에 공시가격 기준 2억원이나 높였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 여파가 더 컸던 셈이다.
서울시 25개 구 중 20개 구에 11억원 초과 주택이 있어 1주택자 기준 종부세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특히 광진구(전혜숙·고민정 의원), 마포구(노웅래·정청래), 동작구(김병기·이수진), 송파구(김웅·배현진·남인순), 강동구(진선미·이해식), 은평구(박주민·강병원)는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수보다 올해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서초·강남·용산구 등 나머지 구들 역시 지난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수와 올해 11억원 초과 주택수가 비슷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를 폐지하겠다"고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종부세 옹호를 위한 '아무 말 대잔치'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주민, 정청래, 정일영, 전혜숙 등 아파트 가격 상승이 큰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윤 후보의 종부세 폐지 주장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은평갑으로 은평 뉴타운 등이 위치해 이른바 '금(金)평구'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최근 종부세 논란에 대한 언급을 일절하지 않다가 지난 24일 오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최근 조간신문을 보고 놀랐다. 과연 이게 폭탄일까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같은 은평구 구도심 위주인 은평을 지역구인 강병원 의원(은평을)은 "부동산 가격이 몇억원씩 올라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수천만 서민의 내 집 마련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 인터뷰서 밝혔다.
강북에서 대표적인 집값 급등지역으로 꼽히는 마포구의 정청래 의원(마포구을)의 경우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종부세법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하기도 했다. 친문계 대표 스피커 중 한 명인 정 위원은 당시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등 완화 목소리를 냈다가 당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최근 사태에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인천 연수구갑의 박찬대 의원은 "종부세는 자랑스러운 'K-세금'"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인천이지만 송도국제신도시가 있어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인 인천 연수구을의 정일영 의원은 지난 8월 "내 집 한 채가 죄인가, 우리는 국민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서울 광진구갑의 전혜숙 의원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여당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과 관련해 "종부세 개편안은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를 가중시키는 조치"라며 "종부세는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세제"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부세 이슈에 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등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집값 상승 지역인 서울 동작구을의 이수진 의원도 마찬가지다.
◇'강남3구', '마용성' 의원들도 與野 온도차
고가 아파트 대표 지역인 서울 강남3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현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로 총 12명이다.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이들 지역구의 의원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만, 여당 측은 종부세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야당 측은 종부세 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여당의 경우 노웅래 서울 마포구갑, 정청래 서울 마포구을, 홍익표 서울 중구성동구갑, 박성준 서울 중구성동구을, 남인순 서울 송파구병 등 5명이다. 이 중 정 의원은 물론 남 의원도 종부세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4월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종부세 피해가 큰 여당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여부에 자중지란이 벌어졌지만, 현재는 야당의 종부세 세금 폭탄 프레임에 맞서는 것으로 당이 대응하면서 입을 꾹 닫고 있는 분위기다.
일례로 경기 성남시분당구의 김병욱 의원은 지난 4월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같은 당의 진성준 의원은 "지역구민만을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은 "나는 지역구가 분당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야당의 경우 권영세 서울 용산구, 박성중 서울 서초구을, 태영호 서울 강남구갑, 박진 서울 강남구을, 유경준 서울 강남구병, 김웅 서울 송파구갑, 배현진 서울 송파구을 등 7명이다.
이 중 배현진 태영호 의원의 경우 지난해 종부세 완화 법안을 국회 제출한 바 있다. 배 의원은 올해 4월에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종부세 예상 금액을 지역구 주민들에게 제공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의원은 적극적인 종부세 '팩트체크' 자료를 통해 종부세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