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1가구 1주택자와 실수요자의 세부담은 줄이고 다주택자의 세부담은 늘리겠다"며,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지만, 종부세 부담을 늘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4호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부담을 확실히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현재 5년 이상 장기보유자에게 20~50%를 공제해주고 있는데, 이에 더해 15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 시에는 종부세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또 "현행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며 "60세 이상으로 5년 이상 거주하고 일정 소득 이하인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 시까지 과세를 이연하여 세금이 생계를 위협하지 않도록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억원 이상 과표구간을 세분화해 다주택자 세부담은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12억~50억원에 일괄 적용되는 3.6% 세율을 12억~25억원, 25억~40억원, 40억~50억원 등 세 구간으로 나눠 각각 3.6%, 4%, 4.5%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5% 세율이 일괄 적용되던 50억~94억원 구간도 75억원까지는 5%, 94억원까지는 5.5%를 적용, 94억원 초과 구간은 6%에서 6.5%로 올리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구상이다. 또 다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현행 6억원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개편도 공약했다. 김 후보는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1가구 1주택자가 15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 시 양도소득세 세율 10%를 일괄 적용하고 20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 시에는 전액 감면하겠다"며 "현행 양도소득세 중과도 2년 유예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책은 추후 발표할 부동산 공급대책과 함께 시장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어제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다. 종부세 대상자가 전년 대비 42% 증가한 94만7000명, 고지 금액은 전년 대비 216% 늘어난 5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오후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민은 서울서초구 대형 아파트 한 채를 11년 소유해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종부세 1500여만원, 농어촌특별세 300여만원으로 합계 1800여만원이 부과됐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을 언급하면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여러 차례 다른 의견을 내며 청와대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또 "규제 일변도 대책을 통한 수요의 억제만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공급 확대와 부동산 세제의 조정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종부세의 경우 전년 대비 세부담 상한을 300%로 인상하자는 의견에 반대했다"며 "다주택자의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도입을 주장했지만 묵살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다는 비판도 했다. 김 후보는 "그동안 정부의 각종 규제와 징벌적 과세 일변도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적절한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정책과 다른 공약을 내놓는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총리는 2018년 9월 정부가 서울과 세종시 전역과 부산, 경기 등 집값이 급등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와 전국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노무현 정부 수준(3.0%)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하는 증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