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원톱' 체제가 무색하게 김 전 위원장 이름이 나올 때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내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주로 예상됐던 국민의힘 선대위 인선 발표는 다음주 말쯤으로 순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1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인선 가운데 일부만 발표를 한다면 이번 주 중에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 하려면 다음주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며 "오는 24~27일 정도쯤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본부장으로 예상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구성에 대해 이견을 최소화 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 분 모두와 함께 하겠다는 것은 후보의 의지"라고도 했다.

전날(17일) 윤 후보의 수석대변인인 이양수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밝히고 "후보는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고,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이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해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선DB, 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발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원톱' 추대를 무색하게 하면서, 김 전 위원장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에피소드가 회자된다. 안 후보의 인기가 높았던 지난 2011년, 안 후보의 멘토 역할을 하던 윤 전 장관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안 후보는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같은 발언에 윤 전 장관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안 후보에게 조언을 주던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위원장도 안 후보의 말로 감정이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 측과 달리 만남 자체를 부인했는데, 여기에는 김 전 위원장의 이같은 불편한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함께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위원장의 악연도 선대위 구성이 더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윤 후보 측은 김병준 전 위원장을 이준석 당 대표와 같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의 인선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토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사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로 막말을 주고 받았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윤 후보가 뇌물을 받은 사람과 손을 잡을 리 없다"고 했고, 김종인 전 위원장도 "하류적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예전엔 나를 만나겠다고 쫓아다녔다"고 맞받았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을 이유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하겠다는 윤 후보의 선대위안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을 실질적으로 하려면 내용이 있어야지 기구를 만들어 놓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측 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선대위 발표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세 사람의 영입에 대한 윤 후보의 의지는 강하지만, 갈등 조율이 끝날 시점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애초 윤 후보도 측근들에게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다음 달 초 선대위 구성을 발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양수 대변인은 "대선은 총력전이니 모두 함께 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지 않겠냐"면서 "우리 선대위도 탄탄하게 해야하는 만큼 외연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