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원톱' 체제가 무색하게 김 전 위원장 이름이 나올 때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내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주로 예상됐던 국민의힘 선대위 인선 발표는 다음주 말쯤으로 순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1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인선 가운데 일부만 발표를 한다면 이번 주 중에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 하려면 다음주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며 "오는 24~27일 정도쯤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본부장으로 예상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구성에 대해 이견을 최소화 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 분 모두와 함께 하겠다는 것은 후보의 의지"라고도 했다.
전날(17일) 윤 후보의 수석대변인인 이양수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밝히고 "후보는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고,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이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해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원톱' 추대를 무색하게 하면서, 김 전 위원장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에피소드가 회자된다. 안 후보의 인기가 높았던 지난 2011년, 안 후보의 멘토 역할을 하던 윤 전 장관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안 후보는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같은 발언에 윤 전 장관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안 후보에게 조언을 주던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위원장도 안 후보의 말로 감정이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 측과 달리 만남 자체를 부인했는데, 여기에는 김 전 위원장의 이같은 불편한 속내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함께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위원장의 악연도 선대위 구성이 더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윤 후보 측은 김병준 전 위원장을 이준석 당 대표와 같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의 인선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토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사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로 막말을 주고 받았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윤 후보가 뇌물을 받은 사람과 손을 잡을 리 없다"고 했고, 김종인 전 위원장도 "하류적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예전엔 나를 만나겠다고 쫓아다녔다"고 맞받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을 이유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하겠다는 윤 후보의 선대위안에 대해서도 "국민 통합을 실질적으로 하려면 내용이 있어야지 기구를 만들어 놓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측 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선대위 발표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세 사람의 영입에 대한 윤 후보의 의지는 강하지만, 갈등 조율이 끝날 시점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애초 윤 후보도 측근들에게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다음 달 초 선대위 구성을 발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양수 대변인은 "대선은 총력전이니 모두 함께 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지 않겠냐"면서 "우리 선대위도 탄탄하게 해야하는 만큼 외연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