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17일 차기 대선과 관련해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상을 경계했다. 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정권교체도 정권재창출도 적절치 않은 표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들어 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새로운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그는 또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대선의 시계가 째각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17년) 5월 9일 선거, 5월 10일 업무 시작. 상상도 못했던 탄핵 사태를 뒤로 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출발했다"며 "대통령의 경험과 원칙이 모든 부족분을 메웠다"고 적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악화된 외교환경을 개선하고 외교적 지평을 새로 확장하는 일에 역점을 뒀다"고 했다. "거의 매일 최고위 단위에서 미국과 소통하는 동시에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하기 위해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나갔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자 '한한령'을 내리며 경제 보복을 했다. 이 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대일관계에 대해서는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고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관계는 상대와 손발이 맞지가 않았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하노이에서 멈춰선 남북평화열차는 못내 아쉽다"고 했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하노이 노딜'로 끝났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북미관계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1일 오후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차담회를 하기 위해 본청을 나와 경내 소공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혁기 춘추관장, 조국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 조현옥 인사수석,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홍보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에 대해선 "코로나 위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는 눈이 부시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력 또한 남달랐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은 아프고 또 아프다"며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가 이 소중한 꿈을 되살려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썼다.

임 전 실장은 "임기 종료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안쓰럽다"며 "임기를 마치면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서민의 삶을 당신은 꼭 살아가시길 바란다. 숲 해설사가 되시면 그것도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종로 출마설이 나오던 2019년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서울 종로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임 전 실장은 내년 3월 9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종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