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가면 엉덩이 밑에 야구 글러브를 깔고 앉아서 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기 전에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그 정도로 "야구광이었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는 이날 이외에도 대선 출마 후 두 차례 '야구광'임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존 오소프(34·조지아주) 미 상원의원을 만나 야구를 화제로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충암' 유니폼 입고 후배들과 달리고 "충암, 충암"
윤 후보는 지난 9월 8일 모교인 충암고를 찾았다. 야구부 후배들이 1970년 창단 후 처음으로 대통령배와 청룡기 2관왕을 달성하며 고교야구 최강자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윤 후보는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과 함께 교정을 달리고, 운동장에 서서 오른팔을 흔들며 "충암, 충암"을 외치며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청룡기와 대통령배 2관왕 위업을 달성한 후배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저도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야구를 열심히 응원했다"며 "모교 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늘 관심 있게 봐 왔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고등학교 재학 때는 2학년이었던 1977년 봉황대기를 우승했다고 전했다. 고교 시절 야구부 경기를 응원하러 '서울운동장'에 갔던 추억도 말했다. 서울운동장은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들어서 있다.
윤 후보가 말을 마치자, 야구부 주장은 "(대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저희를 청와대로 초청해줄 수 있냐"고 했고, 야구부 감독도 "내년 청와대 초청 가능하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약속할게"라고 했다.
◇애틀랜타, 26년 만에 WS 정상 탈환…"야구 팬으로서 축하"
최근 방한한 오소프 상원의원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로부터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오소프 상원의원은, 조금 후 직선거리로 150m 떨어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이동했다.
윤 후보는 "처음 방한했다"는 오소프 상원의원에게 "한국 방문이 아주 즐겁고 쾌적해야 할 텐데"라고 했다. 곧이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에서 지난 2일(현지 시각) 우승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야기를 꺼냈다. 애틀랜타는 조지아주의 주도(州都)다.
윤 후보는 "조지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이겼다. 야구 팬으로서 축하드린다"고 하자, 오소프 상원의원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윤 후보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월드시리즈'까지 말했을 때, 오소프 상원의원은 "예스(Yes)"라며 오른손을 살짝 들고 주먹을 강하게 쥐어 보였다. 기쁨의 표현이었다.
애틀랜타는 지난 2일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7-0으로 완파하며 우승했다. 1995년 이후 26년 만의 정상 탈환이고, 구단 통산 4번째 우승이다. 애틀랜타는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에 오른 팀 중 최약체(88승 73패)였지만, 끝까지 살아 남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소프 상원의원은 애틀랜타가 우승한 후 트위터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이겼다"는 글을 올렸다.
◇함성 소리 들리자 "안타 나온 모양인데, 빨리 가자"
윤 후보는 이날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고척돔을 찾아, 홈팀인 KT의 1루 쪽 응원석에 앉아 시민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시작 전 윤 후보는 야구팬 요청에 야구공에 사인하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후에는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 응원가 등 육성 응원이 금지된 탓에 윤 후보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야구를 관람했다. 홈팀 KT 선수들이 득점을 내거나 안타를 쳤을 때는 주변 야구팬들의 열띤 응원에 따라 박수를 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두산이나 KT가 아닌, 야구 국가대표팀이 입는 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특별히 특정 팀 팬은 아니다"라며 "(검사 시절) 지방은 전전해 다닐 때마다 월말이나 월초에 직원들과 야구장을 가서 그 지역 팀을 응원했다"고 했다. 대전에서 근무할 때는 한화 이글스, 대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광주광역시에서는 해태,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에 있을 때에는 야구장을 자주 못 갔다"고 했다. 업무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러 온 것에 대해 "날씨 좋은 가을에 코로나로 찌들었던 국민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보게 돼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던 중 야구장 안쪽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자 "안타가 나온 모양인데, 빨리 가서 좀 봅시다"라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