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2017년 대선에서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댓글 등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준석 대표의 대선 승리 비책을 의미하는 ‘비단 주머니’ 1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댓글 조작' 대응 프로그램인 '크라켄' 공개 시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크라켄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요 키워드를 가지고 포털 기사들을 크롤링(웹상의 각종 정보를 자동화된 방법으로 수집해 분류하는 기술)한 뒤, 인공지능(AI) 엔진을 바탕으로 이상 행위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어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다시 한번 검증한 뒤, 여론 조작이 확실시되면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크라켄은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문어 괴물이다. 크라켄이 킹크랩의 ‘게’(크랩)를 사냥한다는 의미를 담아 명칭을 정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말까지 시범운영을 한 후 내달 1일부터 대선 캠프 사무실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크라켄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한다”며 “민주당도 이번 대선에선 절대로 어쭙잖은 여론 공작이나 민심 왜곡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사드(THAAD) 미사일, 레이더를 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선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필명, 본명 김동원)이라는 사람의 제안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하려다가 본인도 감옥에 가고 문재인 정부 정통성에 큰 흠집을 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이영 디지털소통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단주머니 1호인 '크라켄'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라켄’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인 이영 의원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 118만 개의 댓글과 8840만여 개의 기사 추천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며 “다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시연에 앞서 이 의원에게 크라켄 프로그램 USB를 담은 분홍색 비단 주머니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크라켄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찰’ 가능성 우려에 “우리와 반대되는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고, 공명선거 이외 다른 목적으로는 활용을 안 할 것이라고 양심을 걸고 말한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낙상사고 관련 루머들을 놓고 ‘이 대표가 크라켄 프로그램을 작동해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혹시 매크로를 돌리는 사람이 있는지 단속해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이 후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만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