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이 표류하고 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할 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같은 현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일 20대 남성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며 더 심화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이대남'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던 홍준표 의원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것인데, '반(反) 페미니즘' 메시지에 20대 여성들의 불만은 커지는 모습이다.
◇文정부 출범 초기 95% 지지했던 '이대녀'...李·尹엔 등돌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조사한 결과 대선 후보 4자 가상 대결 조사 결과 20대 여성(18~29세)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26.2%,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31.5%를 기록했다. 이는 여성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 후보는 40대 여성에서 48.7%, 윤 후보는 70대 이상에서 66.2%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20대 여성 지지율의 두배 수준이다.
눈에 띄는 점은 20대 여성 중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지지 후보와 관련해 '없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12.6%, 4.4%다. 이같은 추이는 30대 여성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30대 여성 응답자 중 15.3%가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했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는 20대 여성 중 '두 후보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7%를 기록했다. 30대 여성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27%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대 여성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범했던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의 월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조사에 따르면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95%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시 사회 전반에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대녀는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자리잡았다.
◇ 노골적인 '이대남 끌어안기'에 "당선되려 취사선택?" 비판
그런 이대녀들이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등을 돌린 이유는 두 후보의 최근 행보와 직결된다. 두 후보는 "페미니즘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20대 남성들의 표심 끌어안기에 혈안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인 이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의 일부 기능 조정과 성별임금공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엔 페이스북에 '홍카단이 이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 제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며 "한 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고 적었다. 글쓴이는 "민주당 내에서 부동산과 페미니즘 두 가지만큼은 입 밖에도 꺼내선 안 되는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되어 아무도 비판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틀 전인 8일에도 중앙선대위 관계자들에게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 홍(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여가부 새 이름으로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명분은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실질적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편향적인 정책이 젠더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페미니스트 대통령 되겠다'는 말이 당연한 상식이던 대선이 불과 5년 전이었다"며 "거대 양당 후보들이 얄팍한 젠더의식으로 반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류호정 의원도 "두 '아재' 후보는 끝내 여성의 삶에 공감하지 못했고 당선을 위해 시민을 취사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 "이 후보가 20대 여성, 남성을 차별화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남성의 지지율이 여성보다 더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20대 여성은 '여전히 현 정부, 진보를 지지한다' '그래도 국민의힘을 찍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오판"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20대 여성의 표심의 향방에 대해 "두 후보를 모두 찍지 않을 경우, 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갈 것"이라며 "이 후보가 이날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정의당에 러브콜을 보낸 것인데, 우회적으로 20대 여성의 표심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